[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어디?]

지난 4일 오전 제주도 한림읍에 있는 한 목장.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목장 직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여성이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목책(木柵·나무 울타리)을 넘어 말 무리 곁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목장 직원은 "사유지인데 주인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침범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고함을 질렀다. 예비 신혼부부는 경고를 무시하고 30여분간 사진을 찍은 뒤 "사진 한 장 찍는 거 가지고 정말 너무하네"라며 목장을 떠났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웨딩 촬영용 소품으로 썼던 색종이 가루 등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됐다. 목장 측은 "하루에 많으면 10쌍 넘게 웨딩 촬영차 목장을 찾는데, 마치 자기 집 앞마당처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예비 신혼부부들의 무단 웨딩 촬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도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데다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웨딩 촬영 명소로 꼽힌다. 소문이 나면서 국내는 물론, 중국·일본·동남아 신혼부부들도 웨딩 촬영을 위해 제주도를 찾는다. 일부 커플은 좋은 배경을 찾기 위해 자연보호로 통제한 구역이나 목장 같은 사유지에 무단으로 침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 주민들 사이에 "웨딩 촬영족(族)이 주민들의 사생활까지 침범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목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때 웨딩 촬영의 성지(聖地)로 불렸던 삼다수목장은 지난 4월 초부터 입구에 출입 금지 경고문〈사진〉을 내걸었다. 제주 김녕해수욕장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진영(45)씨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 담장 안까지 들어오는 커플도 있는데, 아무리 인생에 한 번뿐인 웨딩 촬영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