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수사팀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라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청와대는 국회의 '탄핵' 절차를 통해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 유무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직접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치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주장했다"며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전혀 입증되지도 않은 대통령의 혐의가 사실인 것처럼 오해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그간 진행돼 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각종 범죄 혐의에 상당 부분 공모 관계에 있다고 한 검찰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검찰의 성급하고 무리한 수사 결과 발표로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유영하 변호사는 입장 자료를 내고 "검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렸고, 그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유 변호사가 '중립적인 특검 수사'라고 한 말을 주목했다. 검찰 수사뿐 아니라, 야당이 지명하는 특검 역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복선을 깐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또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共犯)으로 기재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의혹에 대해 "정상적인 국정 수행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재단 출연금이나 사업에서 단 한 푼의 이익도 얻을 수 없는 대통령이 일반인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재단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했다. 또 "특정 개인이 재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권을 얻으려고 했다면 이는 대통령과 무관한 개인 비리"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맹세코 순수한 마음에서 재단 설립을 추진한 것이고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부분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연설문 초안 단계에서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연설문 자체를 직접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며 "실제 유출됐다는 연설문은 국가 기밀이라고 볼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정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 수사팀의 편향된 주장에만 근거해서 부당한 정치적 공세가 이어진다면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그 피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헌법·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몰이식으로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탄핵도 포함된다"고 했다. 탄핵 절차 및 특검 수사 과정 등을 통해 앞으로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법리 논쟁을 해 나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런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은 기본적인 국정은 챙기겠다는 생각이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정에 소홀함이 생기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