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 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밋 롬니(69)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를 만났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도 함께한 대화는 오후 1시부터 2시 20분까지 80분이나 이어졌다. 그는 국무장관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롬니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거물 정치인으로, 민주당보다 더 신랄하게 트럼프를 몰아세운 당 내 반(反) 트럼프 세력이었다.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았고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도 롬니를 향해 "4년 전 대선에서 형편없이 깨진 후보"라며 되받았다.
트럼프는 이날 선거로 분열된 당을 통합하는 차원에서 손을 내밀었고, 롬니도 만남에 응했다. 그는 롬니가 도착했을 때와 떠날 때 모두 문 밖까지 나왔다. 롬니를 배웅한 뒤에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취재진을 향해 두 손을 확성기처럼 입에 대고 "(회담이) 아주 잘됐다(It went great)"고 말했다.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기도 했다.
롬니는 이날 트럼프를 만난 후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세계의 다양한 현장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무장관직을 제안받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롬니는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해 트럼프와 의견이 달라 국무장관직 수락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핵심적인 차이는 러시아와의 관계다. 롬니는 러시아를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정학적 적대 세력'으로 본다. 반면,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서 "미·러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트럼프가 이날 골프클럽에서 만난 인물 중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도 있다. 폭스뉴스 등은 "매티스는 강력한 국방장관 후보"라고 전했다. 해병대의 전설로 불리는 매티스는 불같은 성격에 돌출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광견(mad dog) 매티스'란 별명이 있을 정도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야전 지휘관이었던 매티스는 이란 안보 위협에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로, 이란과 핵협상을 추진한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정보국장도 오바마의 소극적인 국방 정책을 비판하다 대장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2014년 퇴역했다. 오바마 정부와 군에서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강경파 인사들이 줄줄이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매티스에 대해 "진짜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법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에 강경파 측근 인사들을 발탁했다.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트럼프의 주말 골프장 면담자 명단은 다채로워졌다. 교육부 장관 물망에 오른 한국계 미셸 리 전 워싱턴 교육감과 남편 케빈 존슨 새크라멘토시 시장도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시민운동가, 기부자 등도 면담장에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다양한 인사와 접촉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아이디어에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의도"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기관을 총지휘할 국가정보국(DNI) 국장엔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유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로저스 국장은 해군 대장으로,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로저스가 DNI 국장이 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다소 껄끄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안보부와 DNI가 대선 기간 발생한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