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최씨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기획·지시하고 최씨에게 재단 운영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 역할은 단순 공범이 아니라 사실상 주범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사심없이 살아왔다”며 “퇴임후를 고려(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검찰 수사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밝혔다.

검찰은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은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혐의와 공모 관계에 있다”며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이날 최씨 등을 기소한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어떻게든 법적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커지면서, 탄핵 절차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4대 국정 기조의 하나로 정해 추진하는 것에 착안, 한류 확산·스포츠 인재 양성 등 문화·스포츠사업을 하는 재단 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재단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소속 회원 기업체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20일쯤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10대 그룹 회장들과 단독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4~25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7명을 각각 만나, ‘문화·체육 재단법인을 만들려고 하니 적극 지원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들에 갹출해 각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은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재단 설립을 추진케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씨에게 ‘문화재단 운영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작년 9~10월 직접 면접을 봐서 미르재단 임직원을 정하고 조직표와 정관을 마련했다. 재단 이름 ‘미르’도 최씨가 정했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설립에도 개입했다. 최순실씨는 작년 12월 초 K스포츠재단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통해 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선정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11일과 20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정관과 조직도를 전달하면서, ‘정 전 이사장 등을 K스포츠재단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은 강남 부근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안 전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가진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자동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 기업은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이 운영하던 회사다.

올해 2월에는 최씨가 광고 제작 등을 위해 만든 ‘플레이그라운드’와 관련, 안 전 수석에게 이 회사 소개 자료를 주며 ‘현대자동차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3월에는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겨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작년 1·8월 “홍보 전문가가 있는데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회장에게 연락하라”는 지시를 안 전 수석에 내렸다. 한국광광공사 자회사 GKL이 최순실씨가 만든 회사 ‘더블루K’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GKL이 장애인 스포츠단을 설립하는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K가 있으니 소개해줘라’고 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와 관련해서도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지시를 받아,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을 통해 문건을 유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