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47·구속)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 최순실(60·구속)씨, 최씨의 딸인 정유라(20)씨가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 관계자 등과 우 전 수석의 처가(妻家)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 기흥CC에서 함께 골프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골프는 김장자 회장, 최씨와 이대(梨大) 관계자, 나, 고영태씨, 고영태씨가 데려온 지인 등 6명이 2개 조로 플레이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골프를 한 시점에 대해 차씨는 "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이라고 했으며, "당시 김장자씨와 최순실씨는 서로 '김 회장님' '최 회장님'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초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돼 약 8개월간 근무한 뒤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차씨는 또 "김 회장과 최씨 조에는 캐디 2명이 따라다니며 도왔다"며 "당시 골프 라운딩은 김 회장의 초청 형식이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檢, '최순실·우병우 커넥션' 의혹 밝혀야]

그동안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서로 친한 사이이며,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入城) 과정에 최씨가 힘을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권 초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씨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는 과정에 최순실씨와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와 최씨가 함께 골프를 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는 진술이 차씨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다.

앞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성한씨가 "이런 식으로 재단을 운영해도 문제가 없겠느냐"고 차씨에게 묻자 차씨가 "우 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증언했다는 TV조선 보도도 나왔다. 차씨의 검찰 진술은 이 같은 이씨 증언의 신빙성을 뒷받침해주는 게 아니냐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차씨가 진술한 골프 모임 참석자 가운데 '이화여대 관계자'가 끼어 있다는 점도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2015년 이대에 체육특기자 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정씨가 입학과 성적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최경희 이대 총장이 사퇴했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는 그간 이대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씨는 2008년부터 이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ALPS)에 다니면서 그해 12월 11일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총동창회 송년 모임 자리에서 3000만원을 학교 발전 기금으로 냈다. 또 ALPS 총동창회장을 지낸 2015년 12월에는 이대 신축 기숙사 건립 기금으로 1억원을 기탁했다. 김씨는 당시 기부 이유에 대해 "이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남편(이상달씨)과 사별한 뒤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일 크게 배운 것은 관계의 소중함"이라고 했다.

이대는 우 전 수석 처가가 운영하는 기흥CC(경기 화성 소재)에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골프 행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0월 19일 열린 '제1회 이화아너스클럽 친선 골프 모임' 때는 김선욱 당시 이대총장, 김장자씨, 최대석 정책과학대학원장(ALPS 총괄) 등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차씨가 진술한 '골프 모임'과 관련해 기흥CC 관계자는 "회장님(김씨)이 최순실씨 일행과 골프를 쳤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정유라씨 특혜 입학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이대 관계자들도 모두 "전혀 모르는 일"이라거나 "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3년 5월 무렵부터 1년가량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의 수임 기록을 서울지방변호사회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이 될 때 자신 몫으로 40억원 이상의 현금 재산이 있다고 신고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수임 신고 등을 누락했는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