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 대통령, 퇴로 열어주고 싶었지만...조건 없는 퇴진해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5일 대통령 퇴진 운동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이미 즉각적 하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야 3당과 재야·시민단체가 국민운동본부 같은 조직을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움직임은 퇴진은 물론 2선으로 물러나는 것까지 거부하고 있는 박 대통령 입장과 정면충돌한다. 가장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벌어진 두 차례 촛불 집회는 수십만 명 이상이 거리에 운집했음에도 평화롭게 끝났다. 경찰이 시위 군중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제지를 받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2선 후퇴조차 거부하고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하야를 요구하면서 충돌하면 앞으로도 평화 집회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불행한 사태들이 벌어지면 누가 책임지고 수습할 것인가. 아무도 없다.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현실과 국민이 바라보는 현실은 서로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물리적 충돌 사태를 막으려면 야당의 자제와 책임감이 중요하다.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겠다면 평화적 진행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수권(受權)을 말할 수 있다.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합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끝까지 포기해서도 안 된다.

난세(亂世)가 장기화하면 그 피해는 나라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기업 투자와 경제 의욕이 살아날 리가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대미(對美) 외교와 북의 핵·미사일에 대한 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말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