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이크도 스피커도 쓰지 않을 겁니다. 다섯 면은 막혀 있고 객석을 향한 한쪽 면만 개방해 본연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이 '자연 음향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자연 음향 공연장이란 기계의 힘(전자 음향)을 더하지 않고 소리 본연의 울림만으로 공연하는 공연장. 1988년 개관 이래 우면당은 정악과 민속악을 비롯해 무용, 연희, 창작 관현악 등 다양한 장르의 국악 공연을 해 왔다. 리모델링 공사를 모두 마친 우면당은 실험 연주와 사전 공연을 치른 뒤, 내년 2월 정식 재개관한다.

어떻게 바꿨을까. 우선 기존 348석에서 231석으로 객석을 줄였다. 천장에는 넓은 반사판 12개를 설치했고 무대 뒤에도 이동형 반사판을 배치해 초기 반사음이 커지도록 했다. 무대 뒤쪽과 옆쪽 벽에는 핀리플렉터(Pinreflector)를 설치해 연주자들이 서로의 연주를 선명하게 들으면서 연주할 수 있게 했다. 무대 앞쪽 바닥에는 공명통 10개를 깔아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은 현악기군의 소리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권순장 국립국악원 음향감독은 "보통 공연장은 천장을 개방하거나 양쪽 윙(날개)이 개방돼 있는데 여기는 육면체 공간의 다섯 면이 막혀 있다. 음원의 면과 면이 만나면 음압(소리)이 커지는데 여기선 5개 면이 만나서 소리가 증폭된 상태에서 객석으로 뻗어나간다"고 했다.

자연 음향이 대세

마이크를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소리를 들려주는 국악 공연장이 최근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지난 9월엔 서울 창덕궁 앞에 자연 음향 국악 공연장인 서울돈화문국악당이 문을 열었다. 140석 규모 소극장이다. 관객들은 마이크와 스피커 없는 국악 본연의 소리를 연주자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에선 지난 2013년 130석 규모 풍류사랑방이 첫 번째 자연 음향 공연장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9월 개관한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 모습.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최근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국립국악원 우면당. 천장에는 넓은 반사판 12개를 4줄로 설치했고 무대 뒤에는 이동반사판을 배치했다. 무대 앞 바닥에는 공명통 10개를 깔았다.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최근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국립국악원 우면당. 천장에는 넓은 반사판 12개를 4줄로 설치했고 무대 뒤에는 이동반사판을 배치했다. 무대 앞 바닥에는 공명통 10개를 깔았다.

원래 전통 국악은 대규모 궁중 연희를 제외하곤 선비들의 사랑방에 가객이나 율객을 초청해 즐기는 '풍류방' 문화가 기반이다. 근대 이후 서구식 극장에서 공연하기 시작했지만 음량 문제가 대두됐다. 서양 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량과 울림이 작은 국악기는 서구식 극장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와 스피커 사용이 일반화됐다.

그런데 왜 지금 자연 음향이 화두일까. 국악 작곡가 황호준씨는 "국악기는 시김새와 떨림, 음이 사라지기까지 변화가 중요한데 마이크와 스피커에 의존하다 보니 악기 본연의 소리가 왜곡되고, 특히 창작 관현악곡에서 악기 간 음압의 차이를 음향 기술로 조정해온 데 대한 문제 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중강 국악평론가는 "마이크를 쓰지 않아야 섬세한 소리까지 강약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일종의 음량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현악단 최고의 배치를 찾아라

국립국악원 소속 악단들은 우면당 재개관 전까지 공간에 맞는 악기 배치와 연주 인원을 찾기 위한 실험 연주를 진행하고 있다. 창작 관현악곡을 연주하는 '창작악단'의 발등에 가장 먼저 불이 떨어졌다. 악기별 음량 편차를 마이크로 손쉽게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국악원은 지난 6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관현악 작곡법과 악기 편성, 자리 배치 등을 실험, 논의하는 포럼을 열고 있다. 무대 제일 앞에 배치되는 악기를 ①가야금(좌), 해금(우) ②가야금(좌), 거문고(우) ③해금(좌), 아쟁(우)의 3개 안 중에서 고르는 음향 평가도 진행 중이다. 국악원은 우면당 재개관 사전 공연으로 12월 21~30일 창극 '레이디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