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컬링팀은 해외 대회에 나가면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아버지와 여섯 딸이 함께 컬링을 하는 거냐?" 상대팀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 기자와 팬 모두 의아해한다. 대표팀은 주장인 김은정(26) 스킵(주장)부터 김경애(22)·김선영(23)·김영미(25)·김초희(20) 모두 같은 김(金)씨다. 심지어 코치는 김민정, 2015년까지 감독을 했던 김경두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까지 모두 김씨였기 때문에 아버지와 여섯 딸 '의혹'을 받았다. 지금도 해외 중계진은 중계할 때 애를 먹는다. 팬들은 '김 시스터즈'라 부르며 기념사진을 요청한다.
이들의 이름과 얼굴은 국내 팬들에게도 생소하다. 컬링은 선수 개인을 선발해서 국가대표팀을 구성하지 않는다. 여러 팀 중에 최고의 팀을 가려 한 팀이 대표 마크를 단다. 소치 때 한국 여자 대표팀은 경기도청 컬링팀이었다. 이번 2016~ 2017시즌은 선발전에서 우승한 'TEAM KIM', 즉 경북체육회 컬링팀이 한국 여자 대표 자격이다. 컬링은 스킵의 성을 따서 팀 이름을 부른다.
'TEAM KIM'은 한국 대표팀 자격으로 2016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PACC) 정상에 오르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가는 길에 작은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은 12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자 8개 팀이 참가한 대회 결승전(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아시아 라이벌인 중국을 5대3으로 격파하고 우승컵을 들었다. 한국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3년(당시 경기도청) 이후 3년 만이다. 우승팀 한국은 내년 3월 세계여자컬링선수권 출전권도 따냈다.
'김 시스터즈'에는 실제 가족도 있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세 살 터울 친자매다. 실제 경기에 출전하는 네 명의 주전 선수인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은 모두 의성여중·의성여고 동창생이다. 학창 시절부터 절친했던 친구이자 언니·동생 사이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컬링을 했기 때문에 호흡을 맞춘 지 10년째가 됐다.
이들이 처음부터 엘리트 컬링 선수를 할 생각으로 뭉친 건 아니라고 한다. 방과 후 취미로 스톤(컬링 경기에서 미는 돌)과 빗자루(브룸)를 잡았다. "의성군 같은 시골에서 컬링은 여중·고생들에겐 신기한 놀이였다"고 한다. 6년 전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김경두 전 감독이 경북체육회에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실업팀 창단을 제의하면서 졸지에 직업 선수가 됐다. 선수 중 대학에서 체육 관련 학과를 택한 선수는 김은정뿐이고, 김경애·김선영은 농대, 김영미는 아동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키워드 정보] '빙판 위의 체스'라고 하는 컬링(Curling)이란?]
이제 이들은 컬링 불모지 한국에서 세계 수준급 팀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월드컬링투어 여자 랭킹에서 TEAM KIM은 전 세계 242개 팀 중 현재 11위다. 지난 시즌엔 컬링 최고 권위 대회인 그랜드슬램 7개 대회에 모두 초청을 받았는데, 이는 아시아팀 중 최초다. 컬링계에선 이들을 떠오르는 '신흥 강자'로 인정한다.
돌풍의 비결은 '같은 성씨, 같은 고향'에서 시작된 찰떡 호흡이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릴 정도로 전략 싸움이 치열한 컬링은 선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세운 전략이 경기를 좌우하므로 팀원 간 호흡과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해외팀 선수와 감독들은 "TEAM KIM은 경기 중에 서로 말을 안 한다. 싸운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스킵 김은정은 "우리는 말을 안 해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안다"고 응수한다.
이들이 평창에서 뛰려면 내년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야 한다. 지금까지 TEAM KIM이 이룬 것들만 봐도 '평창의 기적'은 기대해볼 만하다. 이들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소치 여자 금메달 팀인 캐나다의 'TEAM JONES'를 꺾어 다른 나라를 놀라게 했다. 김은정은 "지금까지의 성적은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진짜 감동은 평창에서 메달을 따고 누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