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역 A대학의 한 강의에는 수강생 80명 가운데 70%가 중국 유학생이다. 유학생들은 수업에 잘 나오지 않아, 강의실이 텅텅 빌 때가 많다. 이 지역의 B사립대 경영학과 수업은 수강생 30명 중 18명이 중국 유학생이다. 유학생들 한국어 실력은 토론 수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지역에는 '유학생 브로커'까지 판을 치고 있다. A대학 인근 한 국립대는 "올 초 우리 대학에 '유학생 브로커'가 찾아와 '유학생을 데려다줄 테니 1인당 150만원씩 달라'고 제안했는데 불법이라 거절했다"며 "그 브로커들이 사립대들이랑 일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학들만 아니라 우리나라 외국인 유학생 중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 기준을 충족한 유학생은 3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립대들이 외국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외국인 학생은 '정원 외'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이 부족한 대학들이 '학위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학생들의 80%(학생회 설문 조사)가 "대학이 관광객 휴식 공간이 된다"고 반대하는데도, 캠퍼스에 상업시설 '이화 파빌리온'을 지었다. 이곳엔 커피숍, 기념품점 등 상업시설이 입점해 있어서 하루에도 중국인 관광객 수백명이 다녀간다. 이화여대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립대학이 수익용 상업시설을 확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남의 한 대규모 사립대는 '알박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 대학 법인은 최근 재개발 지구의 9억원짜리 땅을 20억원에 구입했다. 이 대학 한 교수는 "법인이 곧 재개발업자에게 많게는 10배를 부르며 되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우리 대학도 나름 인기 있는 사립대인데, 재정에 쪼들리니 별별 일을 다 벌인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로 수익 사업도 쉽지 않아
사립대들은 "대학들이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8년간 계속된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과 각종 규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법적으로 대학들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범위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을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참여하려면, '국가 장학금 2유형'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 장학금 2유형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대학들은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포기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이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매달리다 생긴 대표적인 부작용이 극심한 학내 갈등을 겪은 '이화여대 평생단과대학 사태'다.
◇기부금도 10년 만에 3분의 1로
이런 '연쇄 규제'를 각오하고 등록금 인상을 시도해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라는 벽이 남아 있다. 등심위는 등록금을 정할 때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한 제도다. 전체 위원 중 30% 이상을 학생 대표로 채우도록 했다. 사립대 관계자들은 "직접 돈을 내는 당사자에게 인상을 허락받으라는 구조"라며 "학생 대표는 등록금 인상안에 당연히 반대하기 때문에 등록금을 0.1%도 올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학 측에선 보직 교수들이 주로 나가는데, 교수와 학생들 간에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그래도 사제지간인데, 학생들이 교수에게 '예산을 이따위로 썼느냐'는 모욕적인 말까지 한다"며 "그런 수모를 당하기 싫어 아무도 등심위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정책을 펼치면서 정부는 "대학들도 기부금 등 자구책 마련에 노력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립대학들의 기부금은 오히려 2004년 1조1306억원에서 지난해 3분의 1 수준인 3777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가 2014년 기부금을 연말정산 특별 공제 대상에서 세액공제 대상으로 전환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부금 공제 방법이 바뀌면서 그동안 고액을 기부해왔던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기부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대학들은 등록금은 규제하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가유공자·탈북민 자녀 등록금 절반을 사립대에 떠넘기는 것도 불만이다. 2014년 139개 사립대학이 이들에게 지원한 교육비는 310억원이다.
연세대 김동노 기획처장은 "한국은 사립대에 등록금 동결 등 국립대 수준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재정 악화는 오랫동안 대학만의 문제로 방치해 왔다"며 "대학이 학생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재정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