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 경제의 양대 축인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 양쪽 모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우려가 큰 곳은 IT(정보기술) 산업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업체인 와이컴비네이터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 인생에서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고 썼다.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 업체인 박스의 에런 레비 CEO는 "(트럼프를 뽑은) 우리가 미친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대선 기간 내내 반(反) 트럼프 기조가 강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이민 제한·보호무역 등은 다양성·개방성을 강조하는 실리콘밸리 문화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축소 등 이민 제한 정책은 세계 인재를 흡수해왔던 실리콘밸리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여겨졌다. 실제로 구글·애플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엔지니어 중 상당수가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것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달갑지 않은 내용이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애플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 등 실리콘밸리 창업가 145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혁신과 성장을 막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페이스북의 주요 투자자로 유명한 피터 틸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자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비난이 쇄도하기도 했다.
정치 자금 역시 힐러리 클린턴에게 몰아줬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의 직원 개개인이 클린턴에게 기부한 금액은 300만달러(약 34억원)에 달한 반면, 트럼프에게는 불과 5만달러(약 5700만원)만 기부해 60배나 차이가 났다.
트럼프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에게도 강경 발언을 자주했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에 대해 "세법의 보호 아래 무자비한 일을 행하고도 무사히 빠져나가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JP모건 제임스 다이먼 회장을 2008년 금융 위기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며 '미국 최악의 은행가'라고 비판했다. 금융 산업 규제 완화는 기대해볼 만하지만 금융 종사자들에 대한 세금 압박은 더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