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 신중한 통화정책 유지속 자산거품 억제 강조
자본유출 지속∙물가 상승폭 확대로 부작용 우려되는 위안화 절하 대응 고민

“‘환율을 버리고 주택가격을 안정’ ‘주택가격을 버리고 환율을 안정’ 둘 모두 좋은 방법이 아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8일 내놓은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 나온 대목이다. 위안화 절하 방지와 부동산 시장의 성장 가운데 양자택일해야한다는 시장 일각의 주문에 대한 답인 셈이다. 금리인하나 금리인상처럼 확실한 방향성을 갖는 통화정책을 펴기보다는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미세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일부 도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비교적 빠르고, 위안화 환율이 미국 달러의 지속적인 강세 영향을 받아 소폭 절하됐다고 인정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과 부동산 정책의 균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위안화 절하가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보이던 물가가 상승폭을 확대함에 따라 통화정책 운용의 입지를 좁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자산거품에 이어 후행적으로 나타난 물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뒤늦게 단행하는 정책 실기를 하는 통에 자산거품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에 빠져든 경험이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만큼 위안화 절하추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9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개월만에 2%대에 다시 올라오고, 생산자물가지수(PPI)상승률은 1.2%로 예상치(0.9%)와 전달(0.1%)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인민은행도 자산거품 억제…”금리인상 의미 아니다”

인민은행은 보고서에서 자산거품 억제를 적시했다. 통화당국이 자산거품 리스크 대비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도 7월과 10월 잇따라 자산거품 억제를 명시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자산거품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 같은 고금리 정책을 당장 단행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고서는 ‘주택 가격을 버리고 환율을 안정시키라’는 주문과 관련, “금리인상 같은 통화긴축을 통해 집 값 거품을 제거하는 한켠 위안화 절하를 막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위기와 같은 피동적 디레버리징(부채축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댓가가 너무 큰데다 환율을 안정시키는 게 실제로 매우 어렵다고 인민은행은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속에 형성된 부동산 거품

보고서는 또 “환율을 버리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라는 주문은 금리인하 같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쳐야한다는 의미”라며 “이 방식은 경제구조를 왜곡하고 부채를 늘림으로써 구조조정 시간을 연장시켜 (경제가)치러야 할 댓가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정책은 위안화 절하를 가속화하기 때문에 환율(안정)을 버린다고 볼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가능케 하닌까 검토해볼만하다는 시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막으려면 부동산 가격을 급락시켜야하고,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려면 위안화 절하 가속을 감수해야한다는 시장 일각의 양자택일식 주문에 인민은행이 고개를 저은 것이다. 인민은행은 두 해법 모두 환율과 부동산 영역의 리스크를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아직도 안정적으로 비교적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양자택일식 해법이 좋은 처방이 아니다고 인민은행은 주장했다.

인민은행이 여전히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인민은행은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온건하고 중성적이고 적절한 통화환경을 계속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신중한 거시정책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해야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경기둔화기에 부동산 거품이 생긴 것도 당국의 입지를 좁게한다. 인민은행이 보고서에서 안정적인 성장과 거품방지의 균형을 찾는게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한 배경이다.
인민은행은 "레버리지(부채) 규모가 늘어나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으며, 성장은 계속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더 중요한 건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경제의 내생활력을 키워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촉진하고 금융자원의 효율적인 배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 절하, 자본유출과 물가 인플레 야기 우려

위안화 절하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9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7832위안으로 4 거래일 연속 절하됐다. 8일 홍콩 역외위안화 시장에선 장중 달러당 6.8위안대까지 위안화가치가 떨어졌다. 위안화가치가 2010년 홍콩에서 위안화 외환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위안화 가치 절하는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중국의 10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해 5월(2.0%)이후 5개월만에 다시 2%대로 올라왔다. PPI 상승률은 1.2%로 지난 9월 0.1% 오르며 55개월만에 오름세로 돌아선데 이어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자산거품에 이어 물가까지 인플레이션 양상을 보일 경우 중국 통화정책의 운용 공간은 좁아지게 된다. 선제적인 통화긴축을 통해 위안화 절하를 막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10월 수출(달러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하는 등 7개월 연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당국으로선 수출 부양을 위한 위안화 절하 용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줄어드는 중국의 외환보유액과 위축되는 교역

특히 최근 5년간 중국 위안화 환율은 강한 달러와 연동되면서 달러 대비로는 절하됐지만 다른 통화대비로는 절상돼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 시장 팀장은 “2008년 이후 위안화 실질환율은 31% 절상된 반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8% 절하됐다”며 “향후 1-2년간 중국 펀더멘털 둔화와 수급 불안으로 인해 위안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마찰요인이 강한 1회성 평가절하는 자제하겠지만 연평균 3% 수준의 완만한 절하를 점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위안화의 절하를 계속 용인할 경우 자본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위안화 가치가 달러대비 1.53% 하락한 10월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457억달러 감소했다.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10월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200억달러로 2011년 3월 이후 5년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인민은행이 보고서에서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운용 방침 등을 제시한 게 이 같은 고민을 읽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