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 국회로 던진 공… 野 "전권이양 약속하면 협상"]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 추천 총리에게 내각 통할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은 "내각 구성 권한을 총리에게 넘긴다는 의미"라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거나 국정 운영에도 가급적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은 없다고 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새 장관들을 지명하게 되면 대통령이 국정에 개입하고 싶어도 실제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그렇다면 대통령이 '내각 구성 권한을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분명하게 언명(言明)해 더 이상 논란을 차단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은 국민이 박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 행사를 인정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자격 없는 사람들의 국정 농락으로 대통령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도 현직만 아니라면 어떤 처지에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야나 탄핵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것을 지나치다고만 할 수 없다. 세계적 망신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 수습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한다. 밑에 구멍 뚫린 독에 물을 조금씩 부으면 독 크기 몇 배의 물을 부어도 결코 물을 넘치게 할 수 없다. 한 번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만 한다. 지금 박 대통령은 매일, 그러나 충분하지 않게 물을 붓고 있다. 무엇 때문에 미련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지 다들 답답해한다.

최순실 사태는 법적인 문제이기에 앞서 정치적인 사건이다. 정치적으로 큰 틀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나면 자연스레 헌법과 법률을 고려할 공간이 생긴다. 그렇게 정치가 굴러가게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그 동력을 만들지 못한다.

일부 친박 인사는 시간이 흐르면 박 대통령 동정론이 생겨서 지지율이 반등하고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정론도 생기고 지지율이 조금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밀물 앞에 모래집 짓는 것이다. 지금의 이 큰 흐름은 바뀌기 어렵고 잘못하면 불행하고 위험한 사태가 벌어진다. 박 대통령은 며칠 전 담화에서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마음으로 다 내려놓으면 대통령에게도 나라에도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