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으로 출퇴근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스물 몇 살 적엔 세종대로며 정부종합청사, 교보빌딩이 그렇게 근사해 보이더니 나이 들어 그런가, 그사이 더 높고 화려해진 스카이라인도 심드렁히 올려다볼 때가 많습니다.
'혼놀혼행족'이 혼자 놀기 가장 좋은 곳으로 광화문을 꼽았다는 이번 주 '더 테이블' 조사가 재미있습니다. 관공서와 언론사 밀집한 도심 한복판이 대체 왜? 광화문 마니아들이 4~5면에 밝힌 '혼놀코스'를 읽어 보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아찔한 빌딩들 사이 궁궐이 있고, 미술관이 있으며, 커피 맛있게 볶는 집, 파스타집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습니다. 강남 번화가와 달리 골목이 살아 있다는 게 광화문 최고 매력인 듯합니다.
저도 가끔 혼놀을 즐깁니다. 기사 아이디어 떠오르지 않으면 교보문고를 한바퀴 휘 돌고, 절판된 책을 찾아 서울도서관으로 나들이 갈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덕수궁 돌담길 걸어올라가 전광수 커피집 2층에서 커피 한 잔! 비오는 날 쪽창으로 내려다보이는 정동길 운치가 그만이지요. 시네큐브도 좋습니다. 점심 굶고 이곳에서 소박한 프랑스 영화 한 편 감상하고 나면 오후가 행복해집니다.
저희 신문사 몇몇 선배 기자들도 혼놀족인데, 아주 좋은 명소를 귀띔해주더군요. 금호아트홀의 '아름다운 목요일' 프로그램. 유명 연주자들의 클래식 공연을 단돈 사만원 안팎에 호젓이 즐길 수 있답니다.
고독력도 키워볼 겸, 올가을엔 혼자 놀기에 도전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