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獨走) 없는 지상파 수목드라마 접전 속 최종 승자는 MBC '쇼핑왕 루이'(이하 쇼핑왕)로 기우는 모양새다. 경쟁작 중 최약체로 평가됐던 예상을 뒤엎고 막판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작은 막강했다. SBS '질투의 화신'(이하 질투)이 시청률 10%를 넘기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쇼핑왕'과 같은 날 첫선을 보인 KBS '공항 가는 길'(이하 공항)은 '신사의 품격' 이후 4년 만에 안방 극장으로 복귀한 '김하늘 카드'를 빼들었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첫 방송 시청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질투'(12.3%)가 선두를 수성한 가운데 '공항'(7.4%)은 선전했고, '쇼핑왕'(5.6%)은 부진했다.
◇'애완남' 등극한 서인국의 호연(好演)
'쇼핑왕'은 차근차근 시청층을 넓혀 갔다. 반등이 본격화된 시점은 방송 중반부에 접어든 지난달 12일. 7회에서 '공항'(8.5%)의 시청률을 0.3%의 근소한 차이로 제치더니, 26일 방송된 11회에서 10.5%를 기록하며 '질투'(10.2%)의 아성도 무너뜨렸다. 2일 방송된 12회에서 격차는 1.3%로 더 벌어졌다. 이상엽 PD는 "7~8% 사이의 시청률을 예상했다. 드라마의 반란은 전적으로 시청자의 입소문 덕분"이라고 말했다.
역전의 주역은 서인국이다. 방영 전부터 '쇼핑왕'의 서인국·남지현은 '질투'의 조정석·공효진, '공항'의 김하늘·이상윤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름값을 두고 이 드라마의 고전(苦戰)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기우였다. 쇼핑 중독에 걸린 사고뭉치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루이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한 그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애완남(애완동물처럼 키우고 싶은 남자)'으로 불리며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제작발표회에서 서인국은 "대본을 보면서 루이가 강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형견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아지가 되겠다"던 포부가 애칭으로 현실이 된 것이다.
◇농밀함 대신 '풋풋함'… 어린 남녀의 '청정 로맨스'
경쟁작과의 차별점도 분명했다. '공항'은 기혼 남녀의 불륜을, '질투'는 복잡하게 얽힌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이들이 성인 로맨스라면 '쇼핑왕'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청춘물'. 기억상실 걸린 재벌남과 강원도 산골 소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典型)을 답습하지만, 범람하는 성인 멜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거둔 것이다. 이 드라마의 클립 영상(Clip·하이라이트 편집 영상)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힐링'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에 지친 사람들의 선택은 불륜이나 삼각관계가 아니라 '착한 드라마'였다.
로맨스물의 정석(定石)을 따른 것도 성공 요인. 지나간 회차를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무리 없이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쉬운 전개'가 시청자 유입에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쇼핑왕'은 신인 작가 오지영씨의 드라마 공모전 당선작. 노련미는 부족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기본에 충실했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교수는 "독주하는 작품이 없으면 드라마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는 '유랑 시청자'도 늘어난다. 이들은 간식처럼 소화하는 '가벼운 작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쇼핑왕'이 왕좌에 가까워졌지만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3일 집계된 시청률에서 세 작품은 1% 안팎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질투'의 재탈환, '공항'의 막판 뒤집기도 남아 있는 것. 최종 승자는 오는 10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