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의도치 않게 거액의 빚을 떠안을 수가 있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전화위복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일본의 기업가 유자와 쓰요시가 '어느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라는 책을 통해 16년 간의 파란만장한 '빚갚기 대장정'을 공개했다. 저자 유자와 쓰요시는 소고기 덮밥 체인 요시노야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요식업체 주식회사 유사와의 대표이며, 어느날 아버지의 부고 소식과 동시에 4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는다. 조선비즈가 저자와 협의해 이 책의 하이라이트를 온라인에 연재한다. [편집자주]

사흘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고 고객에게 사죄와 보상을 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졌다
어쩌피 망하기 직전의 회사, 매출이 떨어지는 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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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대사건은 노로바이러스로 식중독을 일으켜 신문에 보도된 사태였다. 1월 하순의 어느 토요일, 한 매장에서 “점장을 포함해 몇 명이 몸 상태가 나빠서 쉬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증상을 물으니 유행성 독감 같다고 했다.

“알았어. 그래도 매장문은 열도록 해.”라고 지시한 후 그날은 나머지 직원으로 그럭저럭 가게를 돌렸다. 그런데 다음날, 상태가 나빠진 직원이 몇 명이나 더 나왔다. 직원들은 “올해는 독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때 설사와 구토라는 증상을 듣고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독감치고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월요일이 되자 보건소와 고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어서 다른 고객으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 오들오들 떨렸다. 기도하는 심정이었지만, 검사 결과 고객과 우리 직원 모두에게서 같은 종류의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우리 매장의 음식이 원인으로 판정되었다.

‘어떻게 하지.’ 그것이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이었다. 매출이 떨어질까 봐 걱정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망하기 직전이었던 회사다. 그런 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전부터 위생관리만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일러두었다. 도산 직전이든 적자든 뭐든, 음식점으로서 식중독만큼은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회사의 긴 역사에서 처음 벌어진 사고였다.

우리 가게를 믿고 음식을 먹은 손님에게 누를 끼쳤다는 게 진심으로 송구스러웠다. 너무도 엄청난 일인지라 일기의 글씨도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여 있었다.

‘지금 엄청난 위기 상황이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제 정말 끝이다.’ 하지만 이런 말에 이어 ‘유례없는 위기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나중에 이 일기를 봤을 때는 이 고비를 넘겼을 게 분명하다.’라고도 적혀 있었다. 비틀비틀 녹다운 일보 직전이었지만, 이때는 아직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사흘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고 신문에도 기사가 실렸다. 고객에게 사죄와 보상을 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졌다.

“우리 집에는 애가 있어. 가족한테 옮으면 어쩔 거야!” 많은 질타를 받으면서 그저 죄송한 마음으로 바닥에 손을 짚고 깊이 머리 숙여 사과했다. 토요일에 첫 보고를 받고 월요일에 보건소와 고객들의 연락을 받은 후 일요일에 보건소의 처분이 내려졌고, 그다음 월요일에 신문 기사가 났다. 대략 일주일 동안 생긴 일이었지만, 내게는 한 달 정도로 느껴지는 긴 시간이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식자재 취급에 주의를 기울여도 감염된 직원이 매장, 특히 주방에 들어가면 예방하기가 어려워진다. 몸이 안 좋은 직원이 매장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건강상태 체크표’를 반드시 쓰도록 하고 “몸 상태가 의심스러우면 출근하지 마라.”고 지시한다. 언젠가는 한 직원이 “병원에 갔더니 단순한 장염이니까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괜찮을 리가 없다. 노로바이러스일지도 모르니 설사나 구토 증상이 있으면 출근 금지다. 직원들끼리 대화하다가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흘려듣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있다.

내가 경영자로서 가장 괴로웠던 일은 고객에게 폐를 끼친 이 식중독 사건이다.

다행스럽게 그 후에도 고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매출은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우리가 고객에게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어느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쓰요시 지음 |정세영 옮김 |한비비즈|244쪽|1만3000원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걸릴 것. 하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이 책은 끔찍한 절망에 빠진 한 남자, 주식회사 유사와의 대표이사 유자와 쓰요시의 성공 스토리다. 개인의 파산이 쉽지 않았던 시기,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했던 그는 세상이 주는 ‘공포’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여러 개의 음식점 지점 가운데 단 한 곳을 성공 매장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잡고 가게를 리뉴얼한다. 결과는 실패. 실패 후 고객들의 뒤를 밟으며 전략을 수정하고, 하나씩 성취해나간다. 꾸준히 밀어붙인 끝에, 그는 지난해 5월 400억 원의 빚 대부분을 갚고 20억원만을 남긴다. 성공을 위한 경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영을 해 나가는 그의 사연은 어떤 경영서보다 감동적이고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