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하나 피었네
강병인 지음|글꽃|248쪽|2만5000원
“꽃, 봄, 똥, 술, 꿈, 춤, 웃자…. 순우리말은 뜻과 소리가 너무도 곱고 정겨움이 가득하다. 한 글자, 한 글자에 깊은 뜻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참이슬, 열라면, 아침햇살 등을 떠올리면 익숙한 글씨가 그려진다. 글씨 예술가 강병인의 작품이다. 그의 글씨는 제품의 로고나 책의 제호, 드라마 타이틀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자전적 에세이 ‘글씨 하나 피었네’를 통해 작가로 변신해 15년 동안 한글 캘리그래피를 개척하며 쌓아온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초등학교 6학년 부터 붓을 잡으며 중학교 시절 ‘한글서예’에 꿈을 품었다고 말한다. “한문서예는 개성있는 글꼴이 많은데 왜 한글은 그렇지 못 할까.” 어린 시절 한글서예에 다양한 글꼴이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던 그는 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한글 캘리그래피를 개척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봄, 꽃, 꿈, 눈, 흙 등 순우리말 한 글자에서 오는 힘과 그것이 가진 상형성·조형성을 설명한다. ‘똥’이라는 글자를 봤을 때 엉덩이 두 짝에서 떨어지는 똥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듯이, 그는 한글을 소리문자로만 가두어 오기를 거부해왔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통해 얻은 철학, 이론 등을 에세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한글의 제자원리를 토대로 우리말의 고움과 독특함, 한글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과 이를 표현하는 방법론까지 자세히 보여준다.
신간 ‘글씨 하나 피었네’에는 15년 동안 걸어온 한글서예의 길과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 어릴적 경험, IMF가 터지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던 일 등 예술가 강병인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저자는 고된 삶 속에서 터득한 한글에 대한 절절한 사랑, 글씨를 대하는 태도 등을 그의 작품과 함께 생생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