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指紋)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여경(女警)으로는 국내 '1호' 과학수사(CSI) 요원인 김희숙(54·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가 4일 제68주년 '과학수사의 날'에 과학수사 대상을 받는다. 소감을 묻자 '만인부동 종생불변(萬人不同 終生不變)'이란 한자 성어로 답했다.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뜻. 경찰이 지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김 경위는 올해 12회째를 맞는 과학수사 대상의 첫 번째 여경 수상자다. 1982년 치안본부(지금의 경찰청) 감식과에서 지문 감식 담당 행정관으로 시작해 올해로 35년째 외길을 걸어 과학수사계의 대모(代母)로 통한다. 첫 임무는 현장 요원들떠온 지문을 분석해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는 일이었다. 범죄 현장에 남겨진 지문은 일부분이 손실된 경우가 많다. 이런 '반쪽짜리 지문'으로 신원을 파악하느라 밤샘 작업을 숱하게 했다. 그렇게 17년을 근무하고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에 특채됐다. 여성이었지만 현장반에 자원했다. 김 경위는 "처음 사건 현장에 갔을 때는 긴장해 화장실만 계속 들락거렸다"며 "지금은 신원 파악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는 쪽으로 체질이 바뀌었다"고 했다.
해결한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만 1900건이 넘는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때는 열흘간 퇴근도 하지 않고 피살된 여성 8명의 신원을 밝혀냈다. 당시 유영철은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피해자 신원 파악이 어려웠다. 161번째 지문을 찍었을 때 처음으로 피해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2008년 영화 '추격자'에서 활약한 여형사의 실제 모델이 바로 김 경위였다.
여성 CSI 요원으로 일한 30여 년이 쉽지 않았다. 김 경위는 "후배 양성이 꿈"이라며 "과학수사는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경에게 유리한 분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