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승 시인의 성추문을 고발하는 서울예대 대자보.

지난달 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대학가 대자보(大字報)로 이어지고 있다.

3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서울예술대학교 교정 내에 이 대학 문예창작학부 명의로 작성된 ‘황병승 시인의 추행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황병승(46)씨는 2003년 데뷔해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한 유명 시인이다.

해당 대자보는 황씨를 고발한 한 여성의 트위터 글을 옮겨 실었다. 서울예대에서 강사로 재직하던 황씨가 수업을 듣던 여학생을 술자리로 불러내 “여자로 보인다”며 추근댔고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황씨가 같은 수업을 듣던 여학생과 사귀는 도중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폭로하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휴학까지 하게 됐지만 황씨는 ‘이런 일이 알려지면 너한테도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슴 아픈 기억과 상처를 갖고 오랫동안 침묵해야 했지만, 그는 아무일 없던 것처럼 예대에서 강의를 계속했고 문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글쓴이는 “황씨로부터 개인적으로 사과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스승으로서 아무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어느 학교에서도 강의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대자보를 게재한 이 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생 김동민·강대호씨는 “사회적 권력의 폐해 속에 묻혀 오랫동안 발화되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들이 공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트위터 상에는 이 밖에도 황씨의 과거 행적을 고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상황.

황씨는 본지 통화에서 "(폭로의 진위 여부는) 조사를 받게 되면 그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후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죄드린다"며 자숙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