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또다시 자중지란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놓고 친박·비박 내홍이 불거진 모양새지만 본질적으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 성격도 있다.
김무성·김문수·남경필·오세훈·원희룡(가나다순) 등 새누리당 차기 대선 주자 5명은 1일 국회에서 모여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모임 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브리핑을 통해 "국민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며 "그 길을 향한 첫걸음은 현 지도부 사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 5명이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앞으로 더 자주 만나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비박계는 대선 주자 외에도 3선 이상 의원, 초·재선 의원 등 각급 단위로 모여 한목소리로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3선 이상 모임에는 21명이 참석했다. 간사 격인 황영철 의원은 "한 명도 이탈 없이 지도부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초·재선 모임에는 의원 2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모임을 이끄는 오신환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의원 50명의 서명을 받아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 중에는 친박 의원 일부도 포함됐다.
[친박 일부도 "이정현 물러나라"… 與 '친박 균열' 시작 ]
하지만 친박은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당대표의 책임감이란 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과 친박 핵심이라는 최경환 의원 등도 같은 태도로 전해졌다. 이 3명과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은 최근 모여 "최순실씨를 비롯한 관련자 일부 구속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정국 수습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쳐선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박 내부의 균열 움직임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의원은 "야당은 우리에게 정권을 내놓으라고 하고, 비박은 당권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국정이 위기 상황인데 안보·경제는 누가 챙길 거냐"고 했다. 친박계가 최순실 사건에 밀려 2선 후퇴할 경우 당분간 '폐족' 처지가 되면서 내년 대선에서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사퇴 요구가 정략적 계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지지율이 미미한 비박계 대선 주자 5명이 일시적 연합 전선을 구축해 친박을 무너뜨리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흔들어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지도부가 물러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친박계가 지원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반 총장이 국내에 안착할 환경을 조성할 때까지는 친박계가 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홍은 이번 주 중으로 예정된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박계는 이날 의총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를 관철한다는 생각인 반면, 친박계는 자파 의원들을 단속해 어떻게든 막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