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非朴)계 의원 40여 명은 31일 국회에 모여 "현재의 당 지도부는 '최순실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친박(親朴)계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지난 30일 오후 만나 미리 의견을 조율했다. 김세연·김영우·홍일표 등 의원 21명이 모여 '최순실 파문의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지도부 퇴진과 거국 내각 구성 등에 동참하는 의원들을 끌어모았다. 이에 따라 31일 긴급 모임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비박계뿐 아니라 범친박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지도부 퇴진 연판장에 서명하거나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모두 56명으로 당 의석의 최소 과반(65석)에 육박했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친박·비박 간 계파 대결로 가는 양상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친박 의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앞으로 과반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황영철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조속히 거국내각을 구성하도록 정치권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날 모임의 주(主) 논의는 현 지도부 사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박계 의원은 "현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오히려 은폐하려 했고, 거기다가 이정현 대표는 '친구가 연설문을 써줄 수 있지 않으냐'며 상식에 어긋난 얘기도 했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서 의원들의 지도부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것 같다"고 했다.
비박계 모임 직후, 그 자리에 있었던 강석호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 지도부를 가지고는 사태 수습이 힘들다는 게 대다수 여론"이라고 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재창당 수준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당에서 있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도부는 이들의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사태 수습이 워낙 엄중한 상황이고, 집권당 책임은 아주 막중하다"며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다. 지금은 이 난국을 일단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다른 친박 지도부도 "일단은 수습이 먼저"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히자, 이날 오후 최순실 사태 해결과 지도부의 퇴진 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 개최 요구서를 원내지도부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2일 의총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