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로 전업(專業)하는 공채 출신 개그맨이 늘고 있다. 정통 코미디 명맥을 이어온 공개 코미디의 인기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아이디어부터 시나리오 작업, 연기까지 개그물의 구성·기획에 재능을 보여온 개그맨들이 제2 직업으로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tvN 'SNL 코리아' 출연진에서 작가로 변신한 개그우먼 강유미가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출연진으로 활약했던 강유미는 재작년 3월 방송된 시즌5부터 작가로 참여했다. "미국 유학 시절 SNL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아 작가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현재 방송 중인 시즌8에서도 작가로서 역량을 뽐내고 있다.

강유미의 권유로 작가의 길을 걷는 신고은도 2005년 KBS 공채 20기 개그맨 출신이다. 지난해 tvN 드라마 '초인시대'로 작가 데뷔한 그는 전업의 계기를 '내공 쌓기'로 표현했다. 신봉선·정경미·윤형빈 등 공채 동기들보다 인지도가 낮았던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다른 방법으로 내실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개그콘서트 시절부터 남들보다 아이디어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작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SNL 시즌6·7에서 아이디어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현재 한 종편 예능 프로그램의 구성 작가로 일하고 있다.

개그맨 정범균(오른쪽)이 작가로 참여한‘PD 이경규가 간다’의 한 장면.

개그감(感)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시청률 면에선 아직 의문부호가 붙는다. KBS 공채 22기 출신 개그맨 정범균이 작가로 참여한 MBC every1 'PD 이경규가 간다'가 대표적. 과거 인기를 끌었던 '양심 냉장고' 등 낡은 포맷을 재탕하며 시청률 0.6%를 기록한 채 종영했다. 방송 작가인 유병재가 시나리오 집필, 연기를 도맡았던 '초인시대' 역시 시청률 2%를 기록하며 조기에 종영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약세로 공채 출신 개그맨들의 설 자리는 더욱 비좁아질 것"이라며 "개그맨 출신 작가는 웃음 포인트를 잘 짚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능을 펼칠 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을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