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현 정치부 차장

북·중 무역의 중심지인 랴오닝(遼寧)성에서 중국 정계 개편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달 '뇌물 선거' 혐의로 랴오닝성에서 뽑힌 전국인민대표(국회의원 격) 102명 중 45명의 자격을 박탈했다.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특정 지역의 국회의원 44%가 당선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랴오닝성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격)도 쑥대밭이 됐다. 성(省) 인민대표 602명 중 452명(75%)이 선거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배지를 떼였다. 중국 인민대표는 향진(鄕鎭)급→현(縣)급→지(地)급→성(省)급→전국인민대표로 구분되는데 향진급 대표만 직선이고, 현급 이상은 간선이다. 현급 대표가 지급 대표를, 지급 대표가 성급 대표, 성급 대표가 전국 대표를 뽑는 형식이다.

최근 중국 정계가 랴오닝성을 주목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후반기 임기 5년을 결정할 19차 당 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랴오닝성을 근거지로 하는 '랴오닝방(遼寧幇)' 세력은 그동안 시진핑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정적인 보시라이(무기징역) 전 정치국원과 왕민(구속) 전 랴오닝성 서기가 대표적이다. 보시라이는 랴오닝에서만 20년간(1984~2004년) 근무하며 다롄시 서기, 랴오닝 성장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부패 혐의로 숙청된 왕민 전 서기(2009~2015년 재임)는 시진핑을 견제하려는 장쩌민 전 주석의 처조카다. 당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왕민의 혐의를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중앙(시진핑)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기율위의 조사에 저항했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장쩌민이 이끄는 '상하이방(上海幇)' 세력도 시진핑에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왕민은 또 내년 당 대회에서 최고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이 점쳐지는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최측근이다. 왕민과 리위안차오는 장쑤(江蘇)성에서만 10년 넘게 호흡을 맞췄다. 공교롭게도 시 주석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리커창 총리도 랴오닝 서기를 지냈다. 리위안차오와 리커창은 시진핑 세력의 라이벌로 꼽히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재 랴오닝의 '선거 숙청'은 시진핑의 심복인 리시 랴오닝성 현 서기(2015년 부임)가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발 중국 권력투쟁'은 우리에게 기회도, 위기도 될 수 있다. 랴오닝성 인민대표였던 마샤오훙 훙샹(鴻祥)그룹 대표는 북한과 불법 거래 혐의가 포착되기 전에 이미 부정선거 혐의로 체포됐다고 한다. 한·미가 제2·3의 훙샹그룹을 찾아 불법 증거를 중국 측에 들이댄다면 랴오닝의 북한 무역 '큰손'들은 당분간 납작 엎드려야 할 것이다. 반면 시진핑 지도부가 랴오닝 내부 혼란에 북·중 국경의 혼란이 겹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면 대북 추가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통일 외교'를 하려면 미국 대선(올 11월)만큼 '중국 대선'(내년 11월)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