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뎀프지의 페이스북

2년 전, 미 해병대 출신인 크리스토퍼 뎀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저 ‘딱한 사정’을 듣고 자신의 간을 절반 이상 기증했다. 그리고 마땅한 간 기부자가 없어 생사의 기로에 섰었던 그 수혜자는 운명처럼 이달 그의 아내가 됐다고, 미국 A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크리스토퍼는 우연히 동료로부터 자신의 사촌이 간 이식이 필요하고, 당시 상황으로선 두 달을 더 버틸 확률이 50%밖에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크리스토퍼는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그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로 했다. 그는 “나 역시 그런 절실한 상황이었다면,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랐을 것”이라 말했다.

2년 동안 간질환을 앓아오던 여성 헤더 크루거가 당시 미국 내 순서에 따라 간 이식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헤더 앞에는 이미 10만여 명의 환자가 대기자 명단에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기적처럼, 운명처럼 크리스토퍼가 기증자로 나타난 것이다. 검사 결과 크리스토퍼와 헤더의 유전자는 간 이식을 하기에 적합했고, 수술 날짜가 잡혔다. 헤더와 어머니를 펑펑 울게 했던 첫 통화 이후, 두 사람은 수술 전까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다가 크리스토퍼는 헤더가 “정말 괜찮은 여성이고,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침내 작년 3월 16일, 일리노이대학병원에서 진행된 8시간에 걸친 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크리스토퍼의 간 55%가 헤더에게 이식됐다.

CBS

헤더는 “크리스토퍼가 아니었다면 나는 크리스마스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가 “이타적이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두 달의 회복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 사랑을 키웠고, 수술 8개월 뒤 뎀지는 헤더에게 청혼했다. 그리고 수술 19개월 뒤인 이달 그들은 마침내 운명처럼 부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