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한두 명도 아니고 일가족과 직원에, 말도 네 마리나 되는데 움직인 흔적이 안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1주일 넘게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웃 주민과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제3의 인물이나 기관이 최씨 일가의 잠적을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씨 일가의 구성으로 보아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에 있는 최씨 가족은 최소 4명으로 추정된다. 최씨와 정씨 그리고 정씨의 남자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과 돌이 갓 지난 남자아이 등이다. 최씨 가족이 살았던 독일 헤센주(州) 슈미텐 단독주택의 인근 주민들은 "이웃과 교류가 없었지만 숫자가 많아 항상 눈에 띄었다"며 "보디가드 같았던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적잖은데 어떻게 자취를 감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승마 선수인 정씨가 타던 말들의 행방도 묘연하다. 교민들에 따르면 정씨는 독일에서 10억원대 말 '비타나V'뿐 아니라 세 마리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에도 정씨가 2016년 비타나V와 살바토르31, 라우징1233, 로열레드2 등 모두 네 마리의 말을 탔다고 돼 있다. 정씨가 최근까지 훈련했던 '호프구트 승마장' 측은 "더 이상 정씨의 말들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말 네 마리를 옮기려면 전용 운반차만 네 대가 필요해 정씨가 말과 함께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일부에선 정씨가 다른 승마장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슈미텐 인근 지역 6~7개 승마장에선 정씨나 정씨의 말을 봤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25일(현지 시각)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실소유한 독일 헤센주(州) 슈미텐 마을의 ‘비덱 타우누스’ 호텔(왼쪽 사진). 호텔 간판이 떼어져 있고, 레스토랑 메뉴를 적어두는 곳이 비닐로 감싸져 있다. 이 호텔에서 약 740m 떨어진 최씨 모녀(母女) 자택의 개집도 텅 빈 채로 방치되어 있다(오른쪽 사진).

["최순실 독일 법인 14개 더 있다" 독일 지역지 보도]

집 뒤뜰에서 길렀던 10마리가 넘는 개와 고양이도 최씨와 함께 잠적했다. 이웃에 사는 50대 독일인 여성은 "최씨 일가족이 사라진 날 동물들도 함께 없어졌다"고 했다. 최씨 모녀는 개들에게 밥을 주지 않고 방치해 시청에서 조사를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한 마을 주민은 "배가 고픈 개들이 밤마다 울부짖어서 주민 신고로 시청에서 방문 조사를 나왔다"며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왜 다 데려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애완동물 등록제도가 철저한 독일에서 개와 고양이를 유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10마리 이상의 동물을 데리고 이동 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주민들은 최소 4명의 사람과 말 4마리, 개와 고양이 10여 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에 대해 "말 그대로 미스터리"라고 했다.

최씨 모녀를 도와온 독일 교포 변호사 박승관(45)씨는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씨의 행방에 대해 "법인 관련 법률 절차 때문에 최씨 측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만, (최씨가) 독일에 있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박씨는 최씨 모녀가 독일에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와 '더블루K(The Blue K)'를 세우는 것을 도왔다. 최씨가 비선 실세 의혹을 받으면서 독일 법인 정리에 들어간 이후에는 더블루K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오너이자 대표가 됐다. 박씨는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 사건 2건을 맡아왔고 지금도 담당하고 있다"며 "변호사로서 (최씨 관련 업무를) 다른 고객 업무와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다뤘으며, 지분을 넘겨받은 것도 의뢰에 따른 업무의 일환"이라고 했다. 또 최씨의 독일 법인 설립 동기 등에 대해서는 "의뢰인 관련 사항은 말할 수 없다"며 "개인적 의견으로는 한국에서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