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 철가방, 돼지저금통과 빗자루…. 연관성 없어 보이는 생활 소품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에 줄지어 놓였다. 계단 앞 안내판처럼 생긴 설치물에 있는 구멍 사이로 보니 비로소 형상이 보였다. 소품들로 만든 작품 속 주인공은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프랑스 설치작가 베르나르 프라(64)의 작품이다.
다음 달 6일까지 선보이는 '세종대왕'은 그가 음식 주문 전문 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초청을 받아 선보인 작품이다. 그는 남대문시장 등을 돌며 직접 구입한 물품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세종대왕과 한글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그는 "대부분의 왕이 전쟁과 영토에 대해 생각할 때 세종대왕은 서민을 먼저 생각하는 왕으로 문자를 창조한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착시 예술'로 유명한 작가다. 가까이에서 보면 단순히 사물이 늘어져 있는 것 같지만 특정 시점에서 보면 착시 때문에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는 듯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고흐·피카소·뭉크 같은 유명 인사를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일상 소품을 쓰는 방식은 어릴 적 할머니가 운영하던 수퍼마켓에서 놀던 추억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재료는 새것보다는 헌것, 폐기물을 선호한다. 고물상, 쓰레기통 뒤지는 게 일상이다. "한번 물건을 사면 해질 때까지 쓰는 집에서 자라서 재활용 물품을 쓰는 게 익숙해요. 그런데 주위를 보니 사람들이 물건을 너무 쉽게 쓰고 버려 충격받았습니다." 물건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 재활용품을 작품에 쓰게 됐지만 그의 작품 역시 전시 기간이 지나면 폐기물이 된다. 주로 공공장소에 일정 기간 설치되고 해체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내 작품은 언젠가 사라지는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