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파일 형태로 연설문을 입수했고, 국무회의와 청와대 인사 등 민감한 내부 문서까지 사전에 받아보았다고 JTBC가 24일 보도했다.

JTBC는 “최순실씨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200여개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본 사실을 확인했다”며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은 모두 대통령이 연설하기 이전”이라고 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씨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은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들이었고, 최씨는 실제 대통령이 발언한 날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서 문건을 받아보았다.

박 대통령이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이른바 ‘통일 대박론’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밝힌 ‘드레스덴 연설문’도 최씨는 하루 전에 원고를 받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JTBC는 “최씨가 미리 받아본 원고 곳곳에는 붉은 글씨가 있었고, 이 부분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는 일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JTBC는 최씨의 측근으로 패션업체 ‘빌로밀로’ 대표인 고영태(40)씨를 인용해 ‘회장(최순실씨)이 제일 좋아하는 일은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는 내용을 보도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JTBC는 또 최씨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는 내부문서도 사전에 받아보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월4일 오후 6시27분 최씨가 열어본 ‘국무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파일엔 이튿날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등의 청와대 인사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씨 PC에 있던 '21차 수석비서관회의'라는 제목의 문건은 박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을 앞두고 개최된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였다. 최씨는 2013년 10월 21일 오전 8시 19분 이 문서를 최종 수정했고, 수석비서관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이 문서가 작성된 PC 아이디는 ‘유연’이었다고 JTBC는 전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은 정유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