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부, 아들, 며느리 등이 총동원돼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이들은 귀농가족으로 위장해 주변의 의심을 피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도박장 개장 혐의로 유모(45)씨 등 유씨 가족 5명을 붙잡았다고 24일 밝혔다. 주범인 유씨와 그의 아내 박모(44)씨는 구속됐고, 박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김모(27)씨와 며느리 고모(25)씨도 공범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군 복무 중인 둘째 아들 김모(21)씨는 군 헌병대로 사건이 이첩됐다.

유씨 등 일가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24일까지 포커·고스톱 등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272억원 상당의 도박판을 벌였으며, 15억~2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첫째 아들인 김씨는 전남에서 어부로, 며느리는 간호사로 각각 일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 이들 부부는 주로 밤에 도박사이트를 관리하거나 손님 전화를 받아 환전해주는 역할을 맡았으며, 군 복무 중인 막내아들은 전국을 돌며 현금을 찾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사법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한 시골 마을에 허름한 집을 사 낮에는 호박이나 콩 등을 재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6~7세 손자들과 함께 살면서 유치원을 보내는 등 시골로 내려와 사는 가족처럼 위장했다. 경찰이 말한 바로는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또 집 주변에 CCTV 2대를 설치해 주변을 경계했으며, 이른바 '대포통장'만 21개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찾을 때는 모자와 마스크도 착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 가족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으로 지난 9월 대구에 있는 5억1700만원 상당의 빌딩을 계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