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화요일(현지 시각),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힐러리 로댐 클린턴일 것인지, 도널드 존 트럼프일 것인지 결정 난다.

도널드 존 트럼프(Donald John Trump)와 힐러리 로댐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

[美대선 3차 TV토론에서 트럼프에게 대선 승복 묻자…]

영부인과 부동산 재벌이라는 배경 때문에 일찍이 언론에 이름이 알려진 두 후보의 배우자와 자녀들도 선거캠프 중심에 서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언행은 후보에게 득(得)이 되기도 하고, 실(失)이 되기도 한다. 클린턴 일가와 트럼프 일가의 선거 지원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정치 9단 남편·정치적 자산 외동딸, 클린턴 일가

빌 클린턴(Bill Clinton)

아내 힐러리를 위한 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외조는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에서 시작한다. 빌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 연설에서 "1971년 봄 한 소녀를 만났다"고 운을 떼며 43분간 힐러리와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날 “그녀를 알게 된 건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는 대목에서는 큰 박수가 터졌다.

자신의 트위터에도 “힐러리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최고의 적임자로 이 이상 자랑스러울 수 없다”는 글을 올려 600만여 명의 팔로워에게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이러한 메시지는 힐러리의 인간미를 강조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빌 클린턴 "1971년 한 소녀를 만났다" 아내 지원 나서]

[아내 힐러리의 민주당 대선후보 공식선언 축하… "오늘밤 역사가 쓰여졌다"]

또한, 지난 9월 힐러리가 폐렴 진단을 받고 잠시 휴식에 들어간 사이, 빌은 아내를 대신해 유세 현장에 뛰어들었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내의 생활방식 등을 봤을 때 트럼프보다 더 건강하다"며 힐러리의 건강 이상설에 대응했다.

힐러리도 빌의 후광을 이용한다. 빌 클린턴의 재임 기간에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가계 소득 증가에 큰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편에게 미국 경제 부활의 책임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내가 대통령 되면 남편에 경제 부흥 맡길 것"]

빌은 성 추문과 관련된 꼬리표가 따라다녀 트럼프에게 공격의 빌미를 줬다. 지난 10월 9일(현지 시각) 대선 2차 TV토론 때,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빌 클린턴처럼 여성을 학대한 사람이 없다"면서 토론장에 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명을 데리고 왔다.

이 외에도 유세 도중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해 힐러리와 반대되는 입장을 주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힐러리는 오바마케어 계승 의지를 밝혔는데, 빌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 측에서 그의 발언을 반색하자 부랴부랴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빌 클린턴 "오바마케어는 미친 짓"]

첼시 빅토리아 클린턴(Chelsea Victoria Clinton)

지난 1978년 빌이 미국 아칸소 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힐러리 곁에 두 살배기 첼시 클린턴이 있었다. 그때부터 첼시는 ‘정치 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달렸다고 한다. 12세가 된 해에는 빌의 대선 홍보 비디오에 출연해 “엄마(힐러리)가 숙제를 도와줘요”라는 말로 힐러리의 가정 주부 면모를 보여주는 데 일조했다. 90년대 중반 ‘르윈스키 스캔들(Lewinsky scandal, 빌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불륜 폭로 사건)’이 터졌을 때도 대중 앞에 부모 손을 잡고 나왔다.

이번 힐러리 대선 출마 때는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연간 수입 2억1400만 달러(약 2410억 원, 환율 10월 20일 기준)에 달하는 클린턴가(家) 자선단체인 '빌, 힐러리 앤드 첼시 클린턴 재단'의 부회장을 맡아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데, 클린턴 재단은 고액 기부자들이 후원하는 곳으로 ‘선거자금 로비 창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또한,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7월 28일(현지 시각), 첼시는 갓 출산한 몸으로 최종 찬조 연사로 나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힐러리를 무대 위로 호명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SNS상에서도 트럼프의 정책 공약을 비판하며 지원 유세에 동참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정치인 첼시’가 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년 전 빌도 “지금 당장은 경험 많은 아내가 대통령감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딸이 대통령감”이라면서 첼시의 정계 입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백악관의 개'로 불리던 클린턴의 딸 첼시, 정치판 비상 준비]

[빌 클린턴 "아내보다 딸 첼시가 훌륭한 대통령감"]

하지만, 첼시의 존재감이 드러날수록 힐러리에게 악재가 되기도 한다. 취업 특혜, 고액 강연료, 호화 휴가 등 첼시의 ‘금수저’ 이미지가 힐러리가 추진하려는 친(親)서민 정책에 엇박자를 놓기 때문이다.

미국 NBC 방송의 기자로 2011년부터 3년간 일한 첼시는 입사 때 잘난 부모를 등에 업은 신데렐라라는 지적을 받았고, 퇴사 때는 연봉 60만 달러(약 6억7500만 원)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또, 그의 대학 강연료는 미국 유명 여성 인사들(3~5만 달러)보다도 높은 6만5000달러(약 7320만 원)였다. 대선 선거운동 초기에는 하루 숙박비만 3만4000달러(약 3800만 원)인 고급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는 미국 국민 평균 연봉인 2만8555달러(약 3216만 원)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美 NBC기자 된 클린턴 딸 첼시, 취업 특혜 논란 ]

[1분에 242만원… 첼시 강연료, 엄마 힐러리 뺨치는 수준 ]

[딸이 1박 4100만원 휴가… 힐러리, 초반 경선서 잇단 악재 ]

수퍼모델 출신 아내·검소한 재벌 2세 장남·비밀 병기 장녀, 트럼프 일가

멜라니아 트럼프(Melania Trump)

트럼프는 미국 대선일을 한 달 앞둔 지난 10월 7일(현지 시각),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 파일’이 공개돼 후보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다. 녹음 파일 속에서 트럼프는 저속한 표현을 쓰면서 유부녀를 꼬셨는데 실패했다는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를 위해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가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남편이 한 말들은 모욕적이고 나도 용납할 수 없지만, 국민이 그의 사과를 받아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언론 CNN 인터뷰에서는 트럼프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남편이 앞으로 말투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내조했다.

[92년 클린턴처럼, 멜라니아도 남편 트럼프 감싸지만…]

지난 2005년 트럼프는 두 번의 이혼 후 24세 연하의 멜라니아를 세 번째 아내로 맞았다.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태생의 전직 수퍼 모델이다. 그러나 전직 모델 경력이 트럼프에게 조롱거리가 될 때도 있다. 온라인상에는 멜라니아가 모델 시절 찍은 반라(半裸) 사진과 함께 부유층을 대상으로 성 접대했다는 소문이 떠돈다.

[트럼프 아내 반라사진 이용… 공화당 전당대회 진흙탕 싸움]

[트럼프 아내 멜라니아 "성접대 안 했거든!"]

멜라니아는 지난 7월 18일(현지 시각)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섰다가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의 8년 전 연설문을 표절하는 실수를 범해 공개적인 망신을 당했다.

[‘멜라니아 표절 연설문’ 작성자 "미셸 오바마 연설문 검토 않은 내 실수"]

도널드 존 트럼프 주니어(Donald John Trump Jr.)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외할머니 손에 자란 뒤, 현재 아버지 회사인 트럼프그룹을 경영(부회장)하고 있다. 외할머니의 엄격한 가정교육 때문에 술·담배와 같은 방탕한 생활과 문란한 성생활을 멀리하고, 음식 남기는 것을 경계하는 검소함도 갖췄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7월 19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버지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는 순간을 전했다. 아울러 "나는 위대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며 "우리 세대에 가장 중요한 이번 선거에서 아버지를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부전자전 법칙 깬 트럼프家]

[대선 후보 확정 트럼프 "진짜 변화 보여주겠다"]

‘아버지와 인성이 다르다’는 평을 받았던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의 막말 논란에 불을 지핀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트위터에 전쟁 피해자인 시리아 난민을 '독이 든 사탕'에 비유했다. 이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을 수 있어 한 명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막말을 물려받았다”며 비난했다.

[트럼프家 막말 유전?]

한편, 트럼프 주니어는 개인적으로도 정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현지 시각) CNN의 한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가 뉴욕시장 출마 의사를 묻자 "현재로썬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에 집중하지만, 국가에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해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음 뉴욕시장 선거는 내년에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뉴욕시장 출마 뜻 밝혀]

이방카 메리 트럼프(Ivanka Marie Trump)

지난 7월 21일(현지 시각) "공화당 전당대회를 훔쳤다"는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은 인물은 트럼프가 아니라,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였다.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 직전에 이방카가 최종 찬조 연사로 등장했다. 180㎝ 큰 키에 모델 출신 어머니를 빼닮은 미모 덕에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아버지 회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고 연설해 트럼프의 약점인 여성·인종 차별 이미지를 중화하는 역할을 했다. 관련 기사 더 보기▶

또, 이방카는 트럼프가 빌 클린턴의 성 추문을 공격카드로 꺼내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아버지를 성차별주의자로 보이게 만든다”면서 “보호무역 강화와 이민정책과 같은 핵심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음담패설 녹음 파일 파문으로 힐러리와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자 이방카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지난 10월 9일에 열린 2차 TV토론 때 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을 앞세워 힐러리에게 맞섰다.

토론 직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싸움”이라며 혹평을 내놨고, 뉴욕타임스의 경우 도리어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美 언론들 "사상 최악의 토론" ]

["트럼프, 성추행도 했다" 폭로 줄줄이 쏟아져]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방카는 정치 문외한인 새엄마 멜라니아를 대신해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도 이방카를 '스타'라고 부르며 다섯 자녀 중 가장 총애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방카의 건방진 태도 때문에 트럼프가 직접 방어에 나선 적이 있다. 이방카가 한 잡지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트럼프의 유급출산휴가 공약이 동성애자 커플에게 적용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바로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당신과 시간을 보내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가보겠다”면서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이에 트럼프가 “언론은 내 자녀들을 공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 자녀들은 착한 아이들이다. 이 상황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며 이방카를 감쌌다.

[딸들의 전쟁 ]

[도널드 트럼프 자녀들 실언으로 구설수]

두 대선 후보에게 가족들의 지원은 때로는 듬직한 구원자, 때로는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원수와 같다. 과연 오는 11월 8일(현지 시각)에 웃고 있을 가문은 어느 가문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