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사임… 野 "최순실 게이트 이제 시작"]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9일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는 최순실씨의 딸 정모씨 특혜 입학과 엉터리 학점 이수 의혹과 관련해서다. 최 총장은 "입시와 학사 관리의 특혜는 없었다. (다만) 체육 특기자 수업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승마 특기생인 정씨는 작년 1학기 평점 0.11로 학사 경고를 받았다. 정씨가 올 1학기도 거의 수업에 출석하지 않자 지도교수가 4월 '제적당할 수 있다'고 알렸다. 직후 최씨 모녀가 지도교수를 찾아가 항의했고 곧바로 지도교수가 바뀌었다. 이대는 두 달 뒤인 6월 학칙을 바꿔 훈련 증빙 서류만 내면 출석을 인정하도록 했고 이걸 1학기 출석에 소급(遡及) 적용했다. 앞서 정씨가 체육특기생 전형에 지원했을 때도 마감이 지난 후의 실적으로 합격했다. 입학과 학사 관리에 특혜가 없었다는 최 총장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항간에는 이대가 올해 실시된 9개 교육부 주요 재정 지원 사업에서 8개가 선정되었다며 뭔가 권력에 확실한 끈을 대놓고 있을 거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평생교육단과대 사태도 이대가 재정 지원을 따낸 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촉발됐다. 정씨에게 후한 계절학기 학점을 줬던 교수가 평생교육단과대를 주관했다는 점도 최순실씨와 이대 사이의 특수 관계를 의심케 한다.

K스포츠재단 의혹은 이대 사태보다 훨씬 큰 문제다. 최씨가 권력을 등에 업고 기업들로부터 288억원을 뜯어내 그 돈을 자신과 딸을 위해 쓰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K스포츠재단이 발족한 것은 최씨 회사 가운데 하나인 더블루케이 설립 하루 뒤였다.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더블루케이로 출근해 일도 봤다고 한다. 최씨 모녀를 위해 독일 대형 숙소를 구한 것도 이 직원들이었다. K스포츠재단은 설립부터 운영까지 최씨 모녀를 위한 기구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곁가지 문제일 수 있는 이화여대 문제가 결국 총장 사퇴로 귀결됐다. K스포츠재단 의혹도 틀어막으려 해도 틀어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걸 규명하지 않고는 국력(國力)을 집중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가 스스로 문제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일상 업무 처리에도 쫓기는 형사부 검사에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수사를 맡긴 검찰도 의혹을 풀려는 의지가 없다. 나라가 얼마나 더 표류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