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故 백남기씨 농성장에 붙은 쪽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미성년자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청소년녹색당 청소년들아! 너희 마음대로 담배 피우고 있으니까 맛있냐? 좋아?”

최근 고(故) 백남기씨 농성장에 이 같은 문구가 담긴 쪽지가 붙기 시작했다. 농성장이 위치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병원 내 유일한 흡연구역이 있는데, 그곳에서 농성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논란은 지난 2일 오전 11시30분쯤 시작됐다. 녹색당 산하 청소년녹색당 소속 A양과 B군이 농성에 참여하던 중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 앳된 외모의 소년이 입에 담배를 문 것을 본 60대 남성 조문객이 “몇살이냐. 미성년자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이 남성은 민주노총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왜 반말을 하느냐” “우리가 담배 피우는 것과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반발했다. 다툼이 커지며 근처에 있던 다른 조문객이 “청소년이 담배를 피운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관이 출동했지만, A양이 묵비권을 행사하며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는 등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자 다른 40대 두 명이 나서 “죄송하다, 저희가 잘 챙기겠다”고 말했고, 경찰은 돌아갔다. 그러나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한 60대 남성은 “왜 그냥 가버리느냐”고 경찰에 전화로 항의했다.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A양과 B군 등은 집회 초반부터 흡연 문제를 두고 다른 시위 참가자들과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객끼리 언성을 높이다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생기자 농성장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후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존댓말을 써달라” “나이 등으로 차별하는 언행을 삼가달라”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투쟁본부가 청소년흡연을 방관한다”고 비판하고 나섰고, 위와 같은 쪽지까지 붙게 된 것이다.

A양과 B군은 “우리의 흡연을 막는 것은 ‘청소년혐오’”라며 “‘미성년자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건 나이 많은 남성 위주의 차별적 사고방식”이라고 밝혔다. “자기들 자존심 세우려고 농성장에 경찰을 부른 거다. 어이가 없다”고도 했다. 청소년녹색당 측은 문제의 쪽지를 두고 “당신들의 태도는 경찰과 다를 바 없다” “장례식장에서 이런 추태를 부리지 마라”고 했다.

몇몇 학생들은 자신도 녹색당 청소년당원이라고 밝히며 이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현장의 대다수 사람은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시위자는 “농성에 대한 여론에 악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