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개된‘수월관음도’의 상반신 부분(위). 화려한 보관(寶冠)에 투명한 베일을 두른 관음보살이 고고한 자태로 미소 짓고 있다. 아래 왼쪽은 그림의 전체 모습, 오른쪽은 보관함에 찍힌 도쿠가와 가문의 문양(세 잎의 접시꽃)이다.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17세기 에도막부를 열었던 도쿠가와(德川) 가문의 보물이었을까. 고려불화의 백미로 꼽히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한 점이 국립박물관 품에 안겼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17일 윤동한(69)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수월관음도'를 기증받는 행사를 열고 그림을 언론에 공개했다. 윤 회장은 올봄 일본 소장자로부터 25억원에 이 작품을 구입한 뒤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날 기증식에 참석한 윤 회장은 "7년 전쯤 파리 기메박물관에 들렀을 때 해설사가 수월관음도를 설명하면서 '한국 국립박물관에는 없다'고 말해 자존심이 상했다. 지난봄 우연히 수월관음도 한 점이 한국에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본의 한 미술품 중개상이 재일교포 2세가 소장하고 있는 수월관음도를 한국에 들고 와 구입할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림이 다시 나가면 한국에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 구입을 결정했고,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게끔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14세기 중엽의 작품으로 화면 크기는 91㎝×43㎝. 다른 수월관음도에 비해 작은 편이다. 수월관음도는 달빛 아래 바위 위에 반가좌(半跏坐)로 앉은 관음보살이 진리를 찾는 공양자들에게 불법(佛法)을 일깨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 전 세계에 46점이 남아 있으며 국내에는 5점이 소장돼 있었다. 이번에 돌아온 그림은 보존 상태가 썩 좋지 않지만 박물관이 적외선 촬영을 해보니 세부 문양까지 잘 남아 있었다. 천주현 보존과학부 학예연구관은 "후대에 두 차례 수리가 이뤄졌지만 추가로 선을 그리거나 색칠하지 않아 원 상태를 잘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림의 족자와 보관함에는 일본에 유입된 뒤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묵서와 문양이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족자 맨 윗부분 뒷면에는 "중국 장사공(張思恭)의 그림" "세이간지(아이치현의 사찰로 추정) 보물로 영옹(英翁)이 (족자) 보수에 기여했다"는 기록이 있고, 보관함에는 도쿠가와 가문의 문양이 찍혀 있다. 세 잎의 접시꽃이 그려진 문양이다.

고려불화에 왜 도쿠가와 가문의 문양을 찍었을까. 불화 전공자인 정명희 학예연구관은 "도쿠가와의 여러 가문 중에서도 가장 유력했던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의 문양과 유사하다"며 "도쿠가와 가문이 이 그림을 소장했을 가능성도 있고, 그림을 소장했던 사찰을 도쿠가와 가문이 후원했을 가능성 등 여러 추정이 가능하다. 향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원나라 불화가(佛畵家)인 장사공 이름이 적힌 이유는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고려불화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좋은 그림은 모두 원나라 불화라 여겼기 때문. 일본에 전래된 이후의 유통 과정, 소장 이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박물관 설명이다. 박물관은 보존 처리에 앞서 그림을 1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상설전시실 2층 불교회화실에서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