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리는 춘천마라톤 겸 제70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조선일보·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는 자원봉사자의 축제다. 학생, 모범운전자 등 자원봉사자 1600여명이 휴일을 반납하고 나와 러너들을 돕는다.

춘천의 국립대인 강원대(총장 김헌영)에선 학생 70여명이 나온다. 이들은 출발선에서 그룹별로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게 안내하고 스프레이존에서 먼 길을 달려온 마라토너들에게 스프레이형 파스를 건넨다. 강원대병원은 구급차와 간호사도 파견한다. 미래의 선생님을 꿈꾸는 춘천교대 학생 50여명도 이번에 참가한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 등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는 지역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 마라톤은 코스 주변에 있는 웰즐리대 학생들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이 대학 출신이다. 홍콩 마라톤은 홍콩대, 오사카 마라톤은 간사이대 학생들이 봉사 활동을 자청한다.

가을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찬 응원이 있는 한 러너들은 외롭지 않다. 마라토너들은 “응원 소리를 들으면 없던 힘도 솟는다”고 한다. 지난해 춘천마라톤에서 주자들이 응원 나온 춘천 지역 학생들과 손을 마주치는 모습.

춘천 지역 중·고교 학생 1300여명도 주로에 나선다. 중·고교생 자원봉사자들은 코스에서 물과 간식(초코파이·바나나), 스펀지를 나눠주는 역할을 맡는다. 출발·골인 지점에서 마라토너들의 옷·가방 등을 보관하고 찾는 일도 돕는다. 남춘천여중, 춘천여중, 강원사대부고, 춘천 성수고, 춘천여고 등이 참가한다.

남춘천여중 이서영 교사는 "춘천마라톤 자원봉사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며 "이제는 자원봉사가 교풍(校風)이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신청자가 몰려 학급별로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성수고 장광현 교사는 "마라토너들의 열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학생이 많다"며 "내 고향 춘천에 대한 자긍심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이 외에 춘천경찰서와 춘천 지역 모범운전자 등이 교차로에서 교통 통제를 담당한다. 춘천 우두성당 성도 80여명도 코스에서 물을 나눠주기로 했다.

마라토너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거리 공연도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다. 강원대 '울음큰새밴드', 춘천색소폰동호회, 춘천취타대, 봄내농악, 우두농악보존회, 우신기춤추는난타, 후평뒷뜨루농악보존회 등이 코스 곳곳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1995년부터 매년 춘천마라톤을 달린 홍석배(52)씨는 "자원봉사자들의 응원, 고비 때 건네는 물 한 잔이 너무 고맙다"며 "내가 춘천마라톤과 춘천을 잊지 못하고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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