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13일 밤 경남 언양 부근 경부고속도로에서 도로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발생한 화재로 탑승객 10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관광버스 운전사 이모(49)씨가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을 포함해 12건의 심각한 교통법규 위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14일 이씨를 교통사고특례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익수 울주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운전자 이씨는 지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음주와 무면허를 포함해 도로교통법 9건 특례법 3건 총 12건을 위반한 전력을 갖고 있다"며 "이씨는 6년 전부터 관광 버스를 몰고 있는데 이 기간에 몇 건의 사고 전력이 있었는지는 분류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고는 이씨가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익수 울주경찰서장은 "운전자가 추월하려고 차선을 변경하다 오른편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 서장은 "관광버스가 1차선으로 운행하다가 2차선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급하게 끼어드는 영상이 있다""면서 "무리한 차선변경으로 사고가 났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부고속도로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CCTV를 보면 이씨가 몰던 관광버스는 1차선에서 비상 깜빡이를 켠 채 달리다 2차선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간 뒤 갓길 쪽에 있던 콘크리트 가드레일에 부딪혔다. 버스는 60m를 더 가다가 한차례 더 가드레일과 충돌했다. 첫 충돌 후 5초 뒤에 큰 불빛이 한번 보였고, 약 1분 후에 불이 거세게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른쪽 앞 타이어가 터지면서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2차선에서 주행하다가 앞차를 추월하려고 1차선으로 갔고,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서 다시 2차로에 차체가 쏠렸고, 2차선과 도로확장 공사 구간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왜 비상 깜빡이를 켰는지, 타이어 펑크가 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또 불이 나자 운전석 옆에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실패했으며, 소화기로 운전석 뒤쪽 유리를 깨고 탈출해 다른 승객 구조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펑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타이어를 의뢰해 정밀감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음주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서장은 "혹시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운전자 이씨의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사고 버스에 있는 블랙박스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과 복원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