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송 전 장관에 따르면 결의안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한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송 전 장관은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결의안이 북한 체제에 대한 내정간섭이 될 수 있고 남북 관계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기권을 주장했다고 한다.
송 전 장관이 “찬성과 기권 입장을 병렬해서 지난해(2006년)처럼 대통령의 결심을 받자”고 했을 때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왜 대통령에게 그런 부담을 주느냐”며 “기권으로 건의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11월 16일 북한 김영일 총리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송 전 장관,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5인 토론을 주재한 뒤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거 참 그렇네”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은 회고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하자고 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그런 걸 대놓고 물어보면 어떡하나. 나올 대답은 뻔한데. 좀 멀리 보고 찬성하자”고 했다. 송 전 장관은 “한참 논란이 오고 간 후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당시 북한은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요지로 답변을 보냈고,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이런 의견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결의안에 대한 ‘기권’ 입장을 정리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했다고도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 회신을 보고받은 뒤 “그런데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송 장관, 그렇다고 사표 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