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배 논설위원

대한민국 대학의 한 해 입시 종류가 총 3600개가 넘을 때가 있었다. 전국 4년제 대학 200개교가 각각 18개 전형을 치른 셈이다. 난수표 같은 입시는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입시 전문가들은 설명회에서 "참, (입시) 복잡하죠~"라는 말로 시작하곤 했다. 지난 2012학년도 대학 입시 때 일이다.

현 정부가 대선(大選) 공약으로 '입시 단순화'를 내걸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별 입시 유형을 6개 이내로 줄이고, 입시가 자주 바뀌지 않도록 '대입 3년 예고제'가 발표됐다.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교육정책이 이루어지리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권 잡으면 자기 정책을 펴기 마련이다. 집권 첫해인 2013년 여름, 교육부는 전(前) 정부 정책을 대부분 뒤집는 발표를 했다. MB 정부 핵심 교육정책인 실용영어 교육을 백지화했고, 과목별로 난도가 다른 '수준별 수능'은 폐지했다.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 하는 방안도 유보했다. 학생과 학부모 반응은 "그러면 그렇지"였다. 똑같은 일이 그보다 5년 전에도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교육정책을 대부분 지웠다. 1~2년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정책들의 잔해(殘骸)가 학교 현장에 수두룩하다.

2017학년도 수능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9월28일, 서울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수능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부는 어떤 기관?]

최근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늘고 있다. 객관식 수능 성적보다는 학생의 학교 생활 전반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정책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불투명한 입시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학부모의 반응은 "또 바뀔 텐데…"이다.

대학가는 최근 '프라임' 사업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도록 학과 구조 조정을 하라고 정부가 요구한 것이다. 이럴 때 정부는 돈으로 대학을 움직인다. '학과 구조 조정 잘한 대학에 예산 더 주겠다'고 하자 대학들이 과(科) 이름 바꾸고, 학과 통폐합하느라 바빴다. 5년 전 대학가는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 때는 '외국인 석학 많이 데려오는 대학에 예산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학 저 대학에서 '해외 석학 모시기' 경쟁이 붙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한국 대학이 늘 제자리, 또는 뒷걸음질이다. 광복 후 교육정책 변화를 보면 평균 3년에 2번꼴로 대학 입시가 바뀌었다고 한다. 한 나라 교육정책이 이렇게 누더기다.

엊그제 한 시민단체 심포지엄에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10년 임기 대통령 교육개혁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정권을 넘어서는 교육정책,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했다. 여야와 이념을 떠나 '누더기 교육정책'의 폐해를 모두 심각하게 보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정책은 없을 것이다. 시행하면서 수정하고, 정착시키고, 국민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정책에는 이런 과정 없이 공급자 목소리만 컸다. 그러니 학생들은 "우리는 교육부 실험쥐"라고 한다. 이제 '정권을 넘어선 교육정책' '10년 지속 가능한 정책'을 어떻게 펼지 우리 사회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3년마다 바뀌는 '누더기 교육정책'으로는 창의 인재 양성도, 공교육 정상화, 대학 경쟁력 높이기, 교육 개혁 모두 헛구호에 그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