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9일 서울 용산구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한 중인 서맨사 파워(46)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9일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뿐만 아니라 모든 도구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기(모든 도구)에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동원하는 외교적 압박과 DMZ(비무장지대)에서 볼 수 있듯 미군이 제공하는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워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일)을 맞아 6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도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8일 전격 방한해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에 나선 것이다.

파워 대사는 특히 '북핵 문제는 곧 북한 인권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르완다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을 주제로 한 책을 써서 퓰리처상을 받은 인권운동가 출신이다. 파워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과 안으로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별도의 사안이 아니다"며 "(두 사안 모두) 국제적 기준에 대한 경멸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 정권이) 혐오스럽다(abomination). 동시대에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범죄(worst crime)"라고 했었다. 파워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어린이 4명 중 1명이 발육부전인데도 북한은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아이가 아니라 무기를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북한 홍수 피해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홍수 피해자나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에게 (국제사회의) 원조가 갈 것이라는 자신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파워 대사는 그러나 "안보리의 (대북 제재) 협상에서 가장 큰 도전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안보리 국가들이 지지하는 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 중국 등과 협상이 난항임을 내비쳤다. 기존 안보리 결의의 효과에 대해서도 민생 목적의 '예외조항'을 거론하며 "(결의를) 이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예외가 활용되기도 했다"고 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주재 美대사, 이례적 訪韓… 판문점 방문은 對北 경고 -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9일 판문점을 방문해 미군 장교와 함께 군사분계선(MDL) 앞을 걷고 있다. 뒤쪽으로 북측 판문각이 보인다. 북한이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한한 파워 대사는 이날 “미국 정부와 유엔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UN(국제연합)은 어떤 기관?]

'북핵과 인권'이란 투 트랙의 대북 압박은 파워 대사의 이날(9일) 공식 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파워 대사는 오전 첫 공식 일정으로 탈북자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방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 여러분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란 발언과 이어진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는 북한 내부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어둠에 빛을 비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또 하나원에서 탈북자들과 예배를 보며 "독재 정권을 박차고 탈북한 것은 정말로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어떻게 탈북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는지를 듣고는 할 말을 잊은 듯 잠시 서 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탈북자들의 이야기와 경험들을 뉴욕(UN 본부)으로 들고 가겠다"고 했다. 10일에는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하나원 방문 직후 헬기를 타고 남북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했다. 판문점에 도착한 파워 대사는 북한 측 판문각이 마주 보이는 우리 측 자유의 집 앞에서 미군 장교로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받았다. 이어 낮은 콘크리트 턱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기념 촬영했다. 북측 경비병들은 파워 대사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판문점에선 사진 촬영 이외의 언론 접촉은 하지 않았다. 파워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판문점 방문에 대해 "자유와 억압, 개방과 고립 사이의 큰 대조를 직접 목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한국에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만큼이나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10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