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42년 전 도입된 ‘전기료 누진제’에 대해 “문제 없다”며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전력공사의 ‘주택용 전기공급 약관’을 불공정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정모씨 등 20명이 한전을 상대로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 징수한 만큼 해당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약관규제법 제6조다. 해당 규정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아 무효로 규정한다.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45·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피해 분석 결과 실질누진율이 41.6배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전은 “현행 전기공급 약관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적법한 인가를 받았고 전기 사용자의 70%가량이 원가에 못미치는 누진율을 적용받아 과도한 불이익이 없다”고 맞섰다.
소송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4년 8월 4일이다. 이번 판결은 약 2년 2개월만이다.
당초 전기요금 부당이득에 대한 청구 금액은 1인당 최소 8만원부터 133만원까지 총 680여만원이었다. 하지만 원고 측은 올해 8월 변론을 마무리하며 전기요금 부당이득에 대한 1인당 청구 금액을 각 10원으로 변경했다. 법원의 빠른 판단을 받기 위해서였다. 원고 측은 항소심에서 다툼이 이어질 경우 청구금액을 다시 높일 계획이었다.
이번 사건 외에 전기요금 단체소송 9건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4건, 서울남부지법 1건, 대전지법 1건, 부산지법 1건, 광주지법 1건, 대구지법 1건, 인천지법 1건 등이다. 이달 초 기준 소송 신청자는 2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