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게 될 국정 역사 교과서에 일제강점기 시대 분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1년 건국 기본 이념으로 공표한 '대한민국 건국 강령'을 자세히 서술하고 여성 독립운동가 10여명을 소개하는 등 독립운동사에 대한 서술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의 검정 역사 교과서에 사실 관계 오류와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이 많다고 판단해 국가가 책임지고 집필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들기로 지난해 10월 결정했다. 이후 1년간 집필 기간을 거쳐 다음 달 말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때까지 내용은 물론 집필진과 심의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 국정 역사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면 특히 근현대사 부분에서 큰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단순 사실 오류도 문제지만, 일제강점기나 분단 원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입장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사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부터)남자현 열사, 조마리아 여사, 권기옥.

[[키워드 정보] 국정교과서란?]

국정 역사 교과서 원고본(초고) 내용을 아는 인사에 따르면, 국정교과서에서는 기존의 검정 체제 역사 교과서와 비교해 일제강점기(1910~1945년) 서술이 대폭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당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내용도 늘어났고,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기존에는 분량이 적었던 우파 계열 운동가들에 대한 서술을 늘려 균형을 맞췄다.

중국에서 무장 투쟁한 운동가뿐 아니라, 미국에서 자금을 모금하는 등 독립운동을 펼친 내용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유관순 열사 외엔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별도 한 페이지를 할애해 자세히 소개했다.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안옥윤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남자현 열사,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공군 비행사 권기옥 등 여성 독립운동가 10여명이 소개된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1년 건국의 기본 이념으로 공표한 '대한민국 건국 강령'을 자세히 서술하는 등 임시정부에 대한 내용도 확대됐다. 현재 고교 검정 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강령'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책도 있지만, 아예 소개하지 않거나 짧게 언급한 책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의 양을 현행 50%에서 40%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행 검정 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 비중이 전체 50%를 차지해 "5000년 역사에서 150여년의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교과서에서 너무 크다"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뿐 아니라 광복과 분단, 건국, 6·25, 5·16, 산업화, 민주화·현대화 등 사건을 보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엇갈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국정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 부분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역사학계 관계자들은 "논란이 있는 현대사를 줄이다 보니 일제강점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행 검정 교과서에서는 일제강점기보다 해방 이후 분량이 더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에 대한 시각 차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팩트(사실)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