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가 2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난민 할당제에 반대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효 처리됐다. 난민 할당제는 그리스·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 16만명을 EU 회원국에 골고루 나누는 방안이다. 헝가리에 배정된 난민 수는 1294명이다.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투표는 전체 유권자 827만명 중 352만명이 참가해 투표율이 42.7%에 그쳐 무효가 됐다. 헝가리 헌법은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투표는 가결됐을 경우, 난민에 대한 EU의 단합과 정책 추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난민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라고 불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투표 결과로 반난민을 강하게 주장해온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정치적 동력이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르반 총리는 공개적으로 "난민은 독(毒)"이라고 말할 정도로 난민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보여왔다. 이번 국민투표도 지난 2월 오르반 총리가 주도해 성사시켰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투표한 유권자의 98%가 난민 할당에 반대표를 던졌고, 우리는 눈부신 결과를 쟁취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그는 "헝가리가 13년 전 EU에 가입했을 때 306만명이 찬성했는데, 이번엔 반대에 투표한 국민이 325만명에 달한다"며 "EU 지도부는 이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국가들의 난민 할당 거부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폴란드(6182명), 오스트리아(1953명) 등도 EU가 할당한 난민을 한 명도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