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1차 TV 토론 직후부터 흑색선전과 상호 비방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정책과 공약 대결 대신 자극적인 말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주말 동안 ‘새벽 트윗 전쟁’을 벌였다. 시작은 트럼프였다. 30일 새벽 3시 20분부터 5시 30분까지 2시간 넘게 언론 탓을 하고, 1996년 미스 유니버스였던 알리시아 마샤도와 클린턴을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그는 “사기꾼 힐러리가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인 마샤도의 끔찍한 과거도 확인하지 않고 그녀를 ‘천사’로 띄웠다”며 “힐러리는 마샤도에게 사기당한 거다. 그녀의 섹스 테이프와 과거를 확인해 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마샤도를 향해 “역겹다”는 말도 했다. 클린턴이 첫 TV 토론에서 마샤도를 언급하며 트럼프가 그녀를 ‘미스 피기(돼지)’ ‘가정부’ 등으로 부르며 비하한 사실을 폭로해 자신을 당황하게 한 데 대한 화풀이였다. 유튜브 등에는 마샤도가 2005년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관계를 실제로 갖는 듯한 장면이 담긴 30초 분량의 동영상이 돌고 있지만,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비난 공세에 대해 “밤을 새워가며 거짓말과 음모론으로 한 여성을 비방하는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이냐”고 트위터에서 비판했다. 그리고는 1일 새벽에는 본인이 트럼프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과 똑같은 시간에 ‘폭풍 트윗’을 했다. 자신의 공약인 ‘국가 봉사 예비군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글이었지만, 본질은 트럼프의 전날 행태를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마샤도의 ‘섹스 테이프’를 폭로했던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이 성인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는 성인 잡지로 유명한 ‘플레이보이’가 지난 2000년에 만든, 수위가 낮은 포르노 영화에 5초 동안 출연해, 미국 주요 도시를 여행하다 뉴욕을 찾은 여배우들을 환영하면서 리무진에 샴페인을 뿌렸다. 트럼프는 거기까지만 등장하지만, 이후 여배우들은 완전 나체 차림이 된다.
트럼프의 또 다른 여성 비하 전력(前歷)도 공개됐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기자였던 제니퍼 린은 1일 CNN 방송에서 “트럼프가 나를 ‘C로 시작하는 단어’로 불렀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단어의 첫 글자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린은 “1988년 트럼프의 애틀랜틱 시티 사업 관련 기사를 취재해 보도하자마자 트럼프가 전화해 내게 소리치기 시작했다”며 “그는 내 머릿속에 똥(shit)이 들어 있고, 더러운(shiting) 신문에서 일하는 내가 쓴 기사도 똥 같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린의 상사에게도 전화해 비슷한 욕설을 퍼부으면서 린을 ‘C로 시작하는 단어’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를 향해 ‘독재자’라는 표현도 썼다. 그는 플로리다주(州) 유세에서 “내 경쟁자는 ‘나 혼자 고칠 수 있다’는 소위 ‘독재자적 접근’을 믿는다. 한 사람이 최고 권력을 갖고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것이 그(트럼프)의 방식”이라고 하고는 “그래서 푸틴 같은 독재자들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클린턴도 젊은 유권자를 비하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 의원을 지지하는 젊은이를 상대로 한 비공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들을 ‘지하실 거주자(basement dweller)’로 불렀다는 녹취록을 보수 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이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클린턴이 젊은이를 비하했다”며 공세를 취했다. 이에 클린턴 측은 “대침체기의 산물인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언급했을 뿐, 비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선 분위기가 네거티브로 흐르는 건 그만큼 판세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특히 첫 TV 토론 때 낭패를 본 트럼프가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다음 토론 때 끄집어내겠다고 엄포를 놓자, 클린턴도 날카롭게 대응하고 있다.
1일에는 아칸소 주지사 시절 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화니타 브로드릭이 클린턴의 딸인 첼시에게 “너의 부모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아빠는 여전히 성적(性的) 약탈자(predator)일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