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과학기술사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점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근대적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후 한국의 공론장에는 지진이라는 화두가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진앙 주변에 설치된 원전과 방폐장은 안전한가?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가?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인가 아닌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터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출간된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를 권한다. 저자인 이기화 명예교수는 1978년 서울대에 부임했다. 그 직후인 10월 7일 충남 홍성에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한반도의 지진 활동에 관심을 갖고 30년 가까이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이기화 교수는 경남 김해에서 경북 영덕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지금까지 움직이고 있는 활성단층이라고 주장했다. 인근에 건설된 20여 기의 원전 안전성에 심대한 문제 제기가 될 수 있는 주장이었다.

지진학은 다른 자연 현상에 비해 유독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쉽게 관찰하기 어려운 지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데다가, 기껏해야 백 년 정도 사는 인간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시간적 스케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근대적인 지진계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05년의 일이었다. 그 이전의 지진 발생은 역사 기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조사한 조선총독부 관측소 기사 와다 유지(和田雄治)의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 기록은 총 1644회였다. 이기화 교수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 지진들의 규모를 추정하는 변환식을 결정했다.

이 공식에 따르면 한반도 최대 지진은 1643년 울산 근처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지진이었다. 당시 기록에는 "울산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용솟음쳤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신화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당연히 지적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교수의 회고는 또 하나 연결 고리를 시사한다. 바로 한반도 지진 연구가 원자력 산업계의 많은 재정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원전의 내진 설계를 위해 지질학·지진학 연구는 필수적이다. 다만 이해관계 당사자로부터 독립적인 과학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