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공공건물에 있는 1인용 화장실은 앞으로 남·녀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성(性) 중립’ 화장실이 된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인용 공공화장실의 성 중립화를 의무화한 법안에 29일(현지시각) 서명했다고 미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새 법은 내년 3월 1일부터 업무용 빌딩과 공공기관 건물을 포함 모든 1인용 공공화장실 ‘성 중립’ 표지판을 의무적으로 달도록 규정한다.

사진=AP

‘성 중립 화장실’은 비행기에 설치된 ‘남녀 공용(unisex) 화장실’처럼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말한다. 원래 휠체어를 타는 노약자처럼 성별이 다른 조력자(helper)와 함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점차 성적 소수자를 위한 시설로서 의미가 굳어지고 있다. 화장실을 ‘남성, 여성’용으로만 구분하는 것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화장실 사용 문제는 미국에서 성적 소수자의 권리와 관련해 첨예하게 의견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19개 주에서는 성 소수자들이 자기의 원래 성별이 아닌 다른 성의 화장실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동성애 인권단체인 ‘캘리포니아 평등’은 성소수자들 중 70%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심각한 협박과 욕설 등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새 법의 지지자들은 성 소수자들이 ‘성 중립’ 화장실에서 이전보다 안전하게 용변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나이 든 부모를 동반한 성인, 자신과 성이 다른 아이를 데려온 부모 등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워싱턴D.C와 같은 도시에선 이미 이와 비슷한 법안이 제안되거나 통과됐다면서 캘리포니아대학(UC) 계열을 포함해 미국 내 150개 대학도 성 중립 화장실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작년 4월에는 미국 연방정부 건물로는 최초로 백악관에 성 중립 화장실이 생긴 바 있다.

그러나 보수단체인 ‘세이브캘리포니아닷컴’의 대표 랜디 토머슨은 “문이 잠기지 않는 1인용 화장실에 있던 여성은 남성이 갑자기 머리를 불쑥 내밀고 들어오는 황당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 “남성들의 소변 자국으로 얼룩진 화장실을 여성이 얼마나 사용하겠느냐”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