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9일 부모나 가족 등 보호자 2명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정신과 전문의 진단이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정신보건법 24조 1항 등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불합치는 법 조항은 위헌(違憲)이지만 바로 무효로 하면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의 정신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이를 판단하는 권한을 전문의 1명에게만 부여해 권한을 남용할 우려도 있다"며 "정신 질환자의 신체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지금 법대로라면 보호자와 의사가 공모해 가족을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신 질환을 이유로 한 강제 입원은 가족 간 갈등과 재산 다툼, 정신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도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정신병원 입원 환자 8만462명 중 63.5%인 5만1132명이 강제 입원 환자였다.
헌재는 또 "강제로 입원한 뒤에 통화나 면회를 제한받거나 격리될 수 있는데도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나 구제 수단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입원 가능한 기간은 6개월이지만 형식적인 재심사 때문에 평균 입원 기간이 3655일에 이르는 등 사실상 무제한 강제 입원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국회는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사하던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해 새로운 법이 내년 5월 말부터 시행된다. 개정된 법률은 서로 다른 병원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소견을 듣도록 하고, 재심사 기간을 3개월로 줄이는 등 강제 입원 요건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보면 개정된 법률 역시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재개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