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박모(44)경위가 자살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박모(44) 경위가 자살하자 사건의 재심을 담당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박 경위의 자살과 관련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변호사는 "고문 경찰의 사과를 바라고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을 모두 부르기를 원했다"며 "누가 잘못했다고 당장 특정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3명만 채택이 됐고, 이 중 1명은 이미 퇴직해서 당시 증인 신문에는 2명만 나온 것이다"라며 박 경위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누군가 한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서 증인 출석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며 "책임은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함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바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진범으로 몰린 최씨가 여관에서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을 했지만 이를 정확히 인정하는 경찰은 없었고, 경찰 측에서 부인할 경우 입증할 방법도 없었다"며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한 다른 경찰과 달리 박 경위는 일부 사실을 인정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지난 2000년 익산의 한 교차로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흉기에 수 차례 찔려 살해당한 사건으로, 현장을 지나던 최모(32·당시 16세)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항소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경찰의 강압과 구타, 증거 부실 등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최근 재심이 결정됐다.

한편 박 경위는 자살하기 전 가족과 지인들에게 "재심이 열리고 많이 힘들었다. 죽어야 끝나나 보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