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Youtube)에서 한국문화 소개 채널을 운영하는 미국 여성 휘트니가 한국드라마 출연 사기(scam)를 당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휘트니는 채널 구독자 수가 18만명에 이르는 유튜브 업로더다.
다음은 지난 9일 그가 소개한 사연.
2011년 휘트니가 한국의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한국어를 배울 때의 일이었다. 친분이 있던 한 방송사 작가가 그에게 지인이 외국인 단역배우가 필요하다며 연락을 걸어왔고, 그에게 한국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평소 한국에서 연기자 생활을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방송작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오디션 장소와 시간을 안내받았다. 한국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기대에 부푼 휘트니는 한껏 멋을 부리고 안내받은 오디션 장소로 갔지만…
그러나 서울의 한 외곽에 있는 오디션 장소는 회사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술집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건물 주변은 으슥했고, '오디션' 장소도 낡은 건물의 지하실이었다.
휘트니를 맞이한 건 중년 남녀였다. 이들은 휘트니에게 다짜고짜 대본을 주며 연기를 시켰다고 했다. 휘트니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연기를 했고, 그 탓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두 남녀는 휘트니에게 "연기에는 소질이 없다(your acting really sucks!)"고 혹평한 뒤, 그에게 "다른 재능은 없느냐"며 춤과 노래를 시켰다.
평소 K팝을 즐겨듣던 그는 그 자리에서 걸그룹 2NE1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이에 남성은 손뼉을 치며 휘트니에게 "연기자로서 재능이 있다"며 칭찬을 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휘트니에게 막무가내로 "앞으로 네 매니저를 맡아서, 지금부터 함께 일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휘트니가 있는 방안으로 여러 명의 직장인 남성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들은 휘트니 주위를 둘러싸고 앉아 술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이 직장인들은 술을 마시며 휘트니에게 "어디서 왔느냐?" "미국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음흉하게 휘트니에게 "단둘이 방에 들어가 10분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노래 좀 불러줄 수 있느냐" 등 황당한 요구도 했다.
휘트니가 항의하자 그의 오디션을 봤던 중년 남녀는 "바쁘니 좀 도와달라. 사람들과 재밌게 놀아 달라(just relax and have fun)"고 말했다. 그가 드라마 오디션 장소라고 생각했던 그 지하실은, 직장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술집이었던 것이다.
결국 휘트니는 건물 지하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아까 휘트니를 맞이했던 중년여성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곧 연예기획사 사장님이 가게로 온다"며 "네 재능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라고 꾀었다고(manipulated). 휘트니는 이 업소가 어느 한 연예기획사가 운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드라마 출연 사기를 경험한 휘트니는 그 이후론 당시 사건이 벌어진 곳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고.
휘트니는 5년 전 일을 지금에 와서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연예활동을 하는 꿈을 가진 외국인 여성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상을 촬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휘트니는 "이 일 하나로 한국인 전부가 나쁘다고 일반화하지는 말아 달라"고 외국 네티즌들에게 부탁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한국인 대부분은 착하고 친절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 수 4만8000건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