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69·사진) 한국콜마 회장이 일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인 고려 불화(佛畵)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다.

26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5월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국콜마홀딩스 명의(名義)로 25억원에 수월관음도를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음 달 국립중앙박물관 측과 기증식을 갖는다. 이 그림은 앞으로 1년간 복원 작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14세기 작품인 고려 불화는 한국 불교 미술의 백미(白眉)로 불린다. 세계에 약 160여 점 남아 있다. 그중 '수월관음도'는 고려 불화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달빛 아래 바위 위에 반가좌로 앉은 관음보살이 진리를 찾는 공양자들에게 불법을 일깨우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으로 40여 점만 남아 있다. 국내에는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등 일부 사립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지만 전시하지는 않아 관람객이 볼 수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 국·공립 박물관에는 한 점도 없다.

윤 회장은 4개월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일본의 한 미술품 중개상을 만났다. 중개상은 재일교포 2세가 소장하고 있는 수월관음도를 들고 와 구입할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 일본인 중개상은 "한국에서 구입 희망자가 없으면 도로 일본으로 가져가 팔 생각"이라고 말했고 윤 회장은 그 자리에서 구입을 결정했다. 구입한 뒤 미국의 한 박물관으로부터 '구입 가격에 100만달러를 더 얹어줄 테니 되팔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윤 회장은 "오래전 수월관음도를 전시하고 있는 프랑스의 한 박물관에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작품을 한 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들었던 기억이 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했다"며 "주변에서 소유권은 갖고 전시만 국립중앙박물관이 하는 '기탁(寄託)' 방식을 선택하라고 만류했지만 투자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구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구입과 기증은 역사·문화 등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윤 회장의 평소 성향에 따른 것이다. 윤 회장은 화장품 ODM (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교 시절부터 역사 공부를 즐겼고 지금도 주변 기업인들과 미술·철학·종교 등을 공부한다.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자에게 가산점을 줄 정도다. 윤 회장은 "수월관음도는 보기만 해도 천수를 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며 "많은 사람이 문화재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