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첫 TV 토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6일(현지 시각) 뉴욕주(州)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리는 이번 토론은 30% 전후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표심을 흔들면서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4분의 3이 이 토론을 지켜보겠다고 해 1억명 이상이 지켜보는 '달 착륙(1969년) 이후 최대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차 토론은 '미국의 나아갈 방향' '안보' '번영의 길' 등을 주제로 NBC의 심야 뉴스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진행한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토론을 앞두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사람의 대결을 '공붓벌레(클린턴)'와 '레슬마니아(wrestlemania·트럼프)' 간의 대결이라고 불렀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대역들과 수차례에 걸친 가상 토론을 이미 가졌다. 이메일 스캔들과 가족 자선 재단인 '클린턴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적극 해명을 준비하면서 주로 공약을 충실히 설명하는 데 치중하기로 했다. 분야별 정책을 제시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자신감 있는 말솜씨, 상대 후보의 주장을 듣는 자세 등을 통해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트럼프는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클린턴이 과거에 했던 토론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클린턴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갈지를 고민하고 있다. 모욕적이고 공격적인 언사로 상대 후보를 흥분시키는 한편, 일자리와 대(對)테러 전략, 안보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한 '큰 그림'도 보여준다는 전략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많은 자료를 단시간에 숙지하고, 2분 내로 답변을 요약하는 강점이 있지만, 답변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하고, 모범생 같은 답변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불가측성이 장점으로, 공화당 후보 경선 때 16명을 낙마시켰던 것처럼 토론 분위기를 자기 위주로 바꿀 수 있겠지만, 거짓말이나 잘못된 사실관계 언급 등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첫 TV 토론에서는 전통적 대선 이슈인 안보와 경제가 전면에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 첼시 폭발 사건과 뉴저지 폭발물 설치 사건 등으로 유권자 상당수가 테러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고, 질 좋은 일자리도 늘 모든 국민의 큰 관심거리이다.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으로 촉발된 잇단 시위 사태와 관련한 흑백 갈등도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네거티브 공세로는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과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재단 의혹 등이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클린턴은 트럼프의 막말과 인종·성차별 논란, 세금 회피 의혹 등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초대 손님을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클린턴이 트럼프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던 NBA(미국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번을 방청석 맨 앞에 초대한 것이 알려지자, 트럼프가 곧바로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스캔들이 있었던 제니퍼 플라워스를 "큐번 바로 옆에 앉히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빌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있을 때 오랫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플라워스는 트럼프의 초청 의사가 알려지자마자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안녕! 도널드. 나는 당신 편이고, (초대받으면) 분명히 토론장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방청권은 호프스트라 대학 교직원과 학생에게 우선 배포됐고,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일부를 배정했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TV 토론 때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워낙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어서 언제든지 플라워스를 비롯해 백악관 인턴 출신 모니카 르윈스키, 폴라 존스 등을 거명하며 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