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69)씨가 317일 만에 숨졌다.

백씨가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은 25일 "오후 1시 58분 백씨가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남 보성군에서 농사를 지어온 백씨는 작년 집회 때 경찰 차벽을 넘어뜨리기 위해 경찰버스에 밧줄을 걸고 잡아당기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25일 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이날 숨진 백남기(69)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다음“백남기를 살려내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촛불 시위를 했다.

백씨 사건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청문회'에서 먼저 논란이 됐다. 야권은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과잉 진압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검찰과 경찰은 유족대리인 등과 함께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한 시간가량 백씨 시신을 검시(檢屍)했다. 검경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원으로부터 부검 영장을 발부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부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대책위와 시민단체 회원 등 100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백씨 사망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 주변에 4000여 명을 배치했지만, 양측 간에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백씨의 딸 백도라지(34)씨는 "아버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다"며 경찰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이날 백씨 사망을 애도하는 논평을 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백남기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에 정부의 어느 누구도 사과나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품격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씨 사망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트위터에 "설령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 해도 사과해야 할 일인데요.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 그게 국가가 할 일 아닌가요"라고 썼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도 트위터에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 권력이 오히려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