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5분 만에 산만해지고, 과제나 일을 한 자리에서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부족하면 흔히 '성격이 급하고 덜렁거린다' 정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것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일 수도 있다.

ADHD(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라 불리며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행동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뇌의 질병'이다. 주로 초등학생의 3~5%에서 나타나지만 절반 이상은 완벽하게 치료되지 않아 그 증세가 성인까지 지속된다. 또한 아동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가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성인 ADHD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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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의 특징은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처리하는 일을 못하고 건망증이 심하다. 또 지나치게 충동적으로 행동해 계획성이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집중력이 부족해 일이나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성인 ADHD는 유아보다 공격적인 행동은 적게 보이지만, 잦은 실수와 무능함으로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킨다. ▶기사 더보기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ADH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산만하고 참을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며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면서 충동성에 대한 부분은 조금 개선되지만, 주의력 결핍은 성인이 된다 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아 남성은 반사회적 행동을 하거나, 여성은 적응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ADHD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좋아지지만 주요한 증상인 '충동성'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운전을 할 때도 끼어들기나 난폭 운전·과속이 많아 교통사고 비율이 3~4배 높다. 사소한 지적에도 욱하는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갈등도 많다. 안동현 교수는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참을성이 떨어져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담배나 알코올·도박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홈쇼핑 중독이 되기도 한다.

ADHD 환자들이 머리가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창조적인 경우도 많다. 다만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해 잠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ADHD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67년간 단 12편의 그림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미완성으로 남겼다고 한다. 끝을 맺지 못하는 ADHD의 단적인 예이다. ▶기사 더보기

사회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성인 ADHD 증상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실수형'은 시각 인지 기능 저하와 큰 연관이 있다. 시각의 인지가 떨어졌다면 문장을 따라가며 읽는 능력이 낮아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거나, 다른 단어로 바꿔 읽는 경우가 생긴다.

단체생활 속에서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외톨이형'이 있다. 사람은 우측 대뇌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한다. 이 기능이 떨어진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상황이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수형과 외톨이형의 복합형이라고 볼 수 있는 '이직형'은 잦은 실수와 단체생활의 어려움을 느껴 회사를 이직하는 경우다. 성인 ADHD 환자는 상사의 말이나 불공정을 다른 사람보다 잘 참지 못해 과잉행동을 보이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기사 더보기

ADHD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먼저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 ADHD가 있는 집안 사람들의 유전자를 살펴보면,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유전자에 변형이 있다고 한다. 이 변이 유전자가 부주의함, 실행능력 저하, 신기함 추구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산모가 흡연이나 음주를 할 경우 ADHD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 중 스트레스, 저체중 출산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기사 더보기

을지대병원 제공

위와 같이 자가 진단표로 자신을 1차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지만 진단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고 증상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성인 ADHD 진단은 혼자서 하기 힘들다.  따라서 '내가 성인 ADHD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와 상담한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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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위해서는 꾸준한 상담과 인지행동치료(정신과에서 시행하는 분노·좌절 조절 훈련 등을 일컫는 치료)가 필요하다. 보조적으로 약물요법을 실시하며, 치료 기간은 보통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칠페니데이트 계통이 주로 처방된다. 의사의 처방에 의한 약물 사용은 ADHD 치료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메칠페니데이트 계통의 약은 코카인 등의 마약과 약리학적으로 비슷해 남용과 중독의 위험이 있어서 함부로 사용하기는 어렵다.ADHD는 방치하면 우울증 등의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적기에 치료해야 한다. 정성훈 교수는 “자신이 ADHD 환자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 체계적인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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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폭발장애, 외상후 울분장애,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화병이 대표적인 화 관련 질환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조절이 안될 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헐적 폭발장애
남들은 '별 일 아닌 것'으로 그냥 넘겨버릴 만한 일인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는 "감정을 관장하는 뇌 변연계와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연결이 약해져 이성이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변연계와 전전두엽은 3세 정도에 연결되는데 이 시기에 부모가 자주 싸우는 등 주변환경이 불안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상후 울분장애
이혼이나 해고, 회사 부도, 사망 같은 특정 사건에 대한 분노를 3개월 이상 참지 못할 때를 말한다. 채정호 교수는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체념을 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돌리려고 집착할 때 생긴다"고 말했다.

◎화병
화를 잘 해소하지 못하고 참아서 생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병이다. 우울감과 함께 불면증·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성인 ADHD
화를 습관적으로 낸다. 당하는 사람은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은호 교수는 "주의력 관련 뇌신경전달물질과 함께 분노와 화를 조절하는 뇌신경전달물질에 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아 ADHD의 3분의 2는 성인 ADHD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대인관계 실패로 인한 외로움, 피해의식, 열등감 등을 치유해야 한다. 가정, 직장 등에서의 적응훈련도 필요하다. 생활하면서 부딪히게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대처방법을 익히면 증세 극복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