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상명대 보험경영학과 교수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더니 일주일 만에 규모 4.5의 여진이 일어나 전 국민을 떨게 하였다. 이로 인해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진은 발생을 예방하거나 가능성을 줄일 수 없는 거대 자연재해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내진 시공과 지진보험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독립된 지진보험 상품이 없다. 화재보험 가입 때 지진담보를 특별약관으로 넣을 수 있는 정도이다. 2014년 기준 화재보험 계약 총수는 152만5773건인데 지진특약 계약은 2187건으로, 가입률이 0.14%에 불과했다. 지진 무보험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재산종합보험, 건설공사보험, 그리고 정책보험으로 운영되는 풍수해보험 기본약관에서 지진 위험을 담보하고는 있지만, 가입률이 낮아 한계가 있다.

외국은 어떠할까. 지진 피해가 잦은 미국·일본·터키 등을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거대 피해를 입고서야 지진보험이 활성화된 점이다. 그들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이다. 일본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입률이 크게 증가했다. 그다음 공통점은 각국 정부가 지진보험을 정책보험으로 운영하며, 보험회사가 직접 인수하지는 않는 점이다. 지진은 거대 위험이어서 어느 나라 보험회사에도 매우 부담스럽다. 그래서 미국·일본·터키도 정부가 지진보험법을 제정하고, 관련 공사나 풀을 설립해 원보험자인 동시에 최종 재(再)보험자로 역할을 한다.

그럼 우리는 언제 어떻게 지진보험을 도입하면 좋을까. 도입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국민적 공감, 보험회사 참여, 정부 의지이다. 경주 지진으로 인해 지진보험에 가입할 동기는 부여됐다고 본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참여는 부정적이다. 보험사들이 과연 경주·울산 지역에서 화재보험의 지진담보 특약을 인수할지 회의적이다. 인수한다 해도 높아진 보험료로 인해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정책보험으로, 즉 국가재보험으로 도입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 그리고 경주·울산에서만 가입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무보험이 대안이다. 의무보험이 헌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 공익의 편익이 더 크다면 선택 가능하다. 지진보험은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